[EU 정상회담] 프랑스vs네덜란드 물밑 힘겨루기..."코로나펀드, 절반으로 줄어드나"

2020-07-20 10:53
20일 새벽 4시간째 휴회 중 물밑 협상...보조금 축소 놓고 이견
"매직넘버 3750?"....기준점 '4000억 유로' 사이서 합의 가능성

공동 경제회복기금인 '코로나펀드' 출범을 놓고 유럽연합(EU)이 길을 잃어버렸다. 정상회의는 사흘 째 막바지 일정으로 치닫고 있지만, 각국 정상들은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휴회한 상황이다. 휴회 중에도 물밑 협상이 활발한 가운데, 중재안으로 코로나펀드의 규모를 사실상 절반 수준으로 줄이자는 의견도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새벽 유럽연합(EU) 정상회의 휴회 중 몰타 대표단의 모습.[사진=트위터]


20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 현재 EU 정상회의의 휴회 시간은 4시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인 19일 EU 정상들은 회의 일정을 당초보다 하루 더 연장해 끝장 토론에 들어갔지만, 밤 11시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45분간 휴회를 선언했다.

특히, 사흘간의 논의에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자 코로나펀드 주도국 중 하나인 에마뉘엘 마크롱은 분을 못 이겨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치는 등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전날에도 마크롱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밤늦게까지 비공식 협상을 벌였는데, 이들은 논쟁 끝에 "투덜거리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후문이다.

이날 휴회가 길어지는 중에도 회원국들은 활발히 물밑협상을 진행 중이다. 물밑협상의 쟁점은 단연 코로나펀드의 무상 보조금 규모다.

앞서 일명 '검소한 국가' 그룹으로 불리는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오스트리아·스웨덴·덴마크 4개국은 7500억 유로 중 5000억 규모의 코로나펀드의 보조금을 3500억 유로 수준으로 줄이자고 제안한 상태다.

이들은 대신 대출 규모를 2500억에서 3500억 유로로 높여 총 7000억 유로 규모의 코로나펀드 출범안을 제시했다. 앞선 논의를 통해 코로나펀드의 출범과 전체 규모를 거의 유지하는 대신 돈을 갚을 필요가 없는 공동 무상 지원 형식의 보조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해당 제안은 보조금이 최소 4000억 유로는 돼야 한다면서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이견이 깊어지자 샤를 미셸 의장은 휴회 전 보조금 비중을 4500억 유로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검소한 국가들은 이를 거부했다.

앞서 유럽의회는 1조8200억 유로 규모의 장기예산과 연계해 7500억 유로 규모의 코로나19 경제 피해 회복 기금을 제안했다. 주도국인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해,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포르투갈 등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하고 국가 재정이 부족한 남유럽 국가들은 보조금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반면, 실제 재정을 부담해야 하는 북유럽 국가들은 보조금은 최대한 줄이고 장기저리 대출 방식의 지원을 선호한다.

휴회 동안 이뤄진 치열한 물밑 협상에 검소한 국가의 연합전선에도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를 만나 설득에 나서면서 스웨덴은 반대 입장에서 '막판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덴마크 역시 합의에 찬성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는 여전히 합의에 저항하고 있으며, 네던란드 측은 핀란드의 지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폴리티코는 "(코로나펀드 보조금 규모) '4000억 유로'라는 기준점을 놓고 회원국들이 팔씨름 중"이라면서 "3750억 유로가 합의의 '매직 넘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19일 오전 "논의 3일째에 돌입하지만, 오늘도 별다른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각 정상들은 월요일 금융 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지만,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