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펀드런 우려에 부실 자산운용사 ‘함구령’

2020-07-15 06:00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 사모펀드 실태 점검을 통해 자산운용사 4곳에서 부실 징후를 파악했으나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투자업계는 ‘펀드런(대규모 펀드 환매사태)’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보고 있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달 말 출범하는 사모펀드 전수조사 전담조직이 우선 4개의 부실 자산운용사에 대한 정밀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4개의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자산운용사 52개사, 펀드 1786개에 대해 실태점검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옵티머스자산운용을 포함한 5개의 자산운용사에서 부실징후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환매를 중단한 알펜루트자산운용도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자산운용사의 사명 노출을 꺼리는 이유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을 때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사태)이 발생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즉, 펀드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만일 펀드런이 발생해 운용사가 보유 중인 자금보다 환매요구가 더 클 경우, 운용사는 급하게 자산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운용사를 비롯해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과거 부산저축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한 뒤 저축은행이 연쇄도산한 선례가 있다. 자산운용업계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일절 얘기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달 말 출범 예정인 사모펀드 전수조사 전담조직의 구성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총 인원 30명으로 구성되는 전담조직은 금감원 인력 18명이 파견된다. 나머지 인원은 예금보험공사(예보)와 한국증권금융(증금), 예탁결제원 등에서 인력을 지원받는다. 특히 예보 측이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보가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3년에 걸쳐 233개의 사모펀드 운용사를 조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이 실제하는지 여부를 먼저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며 “업무를 통일화해 진행할 경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