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페그제 논란] "달러 지위 손상시킬 수 있어"…홍콩 재부장관 "美 동의 불필요"

2020-07-09 15:08
트럼프 정부 검토설에도 美 내부도 "글로벌 통화 위치에 타격" 지적

미국 정부가 중국 홍콩국가안전법에 대한 보복 조치로 홍콩의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 약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며칠 전 나오면서 '홍콩의 달러페그제' 논란이 가열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이하 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홍콩의 달러 페그제 폐지는 되레 미국에 손해만 입힐 수 있는 조치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WSJ은 " 홍콩금융관리국(HKMA)과 은행들은 홍콩달러에 대한 수요에 맞춰 자유롭게 미국 달러를 매매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중국 본토의 위안화와 달리 안정적이고 자유롭게 전환될 수 있는 홍콩 달러는 수십년 간 지역 번영을 떠받쳐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콩 페그제를 흔들 경우 홍콩 사람들의 고통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SJ은 무엇보다도 홍콩 달러 페그제를 없애는 것은 글로벌 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달러의 위상이 떨어질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이라는 지적이다.  

저널은 달러가 글로벌 통화라는 사실은 미국이 일부 국가들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달러가 국제통화이기 때문에 이란과 북한 같은 나라를 금융제재할 수 있고, 인권 남용과 관련된 개별 관료들의 자산을 동결하는 마그니츠키식 제재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강력한 달러의 위상은 미국의 국제외교력을 강화해주는 수단이기 때문에 홍콩 페그제 폐지처럼 적과 자신을 모두 찌를 수 있는 수단을 택해서는 안된다는 게 WSJ의 주장이다. 

게다가 영국과 다른 나라들이 홍콩보안법에 대항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홍콩사람들의 이민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데, 만약 홍콩달러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경우 홍콩 이민자들의 자산도 엄청난 피해를 입게된다. 

저널은 "미국 정부는 중국에 제대로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다만 행정부는 이 과정 속에서 미국의 강점이 되레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언제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달러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폴 찬 홍콩 재무사장(재무장관)은 홍콩 달러의 페그제가 미국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찬 재무사장은 8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홍콩의 현지 통화와 미국 달러 연결 체제인 페그제가 미국의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 당국의 강력한 금융적 지원이 홍콩의 재정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이며, 필요할 경우 홍콩 달러를 미국 달러로 교환하는 통화스와프협정을 맺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찬 재무사장은 홍콩은 44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 제도를 지속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콩 은행의 자본 적정성 비율은 약 20%로 국제 기준 8%를 크게 웃도는 등 견고한 은행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찬 재무사장은 홍콩 은행의 부실여신(NPL)비율도 0.6%를 밑돌아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