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라인 수강 외국인 비자 취소, 코로나 때문이라지만...

2020-07-07 11:29
미 정부, 가을 학기 온라인 수강 외국인 비자 제한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反이민 정책 일환 비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미국 내 주요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 전환 계획을 밝힌 가운데, 미국 정부가 외국인 학생들의 비자를 조건부 제한한다는 입장을 내놔 혼란이 예상된다. 
 

지난 6월 23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 소재 토론토국제공항에서 한 탑승객이 미국 입국용 게이트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 AFP통신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미국 내에서 학위를 취득하고자 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재학중인 대학들이 현장 대면 수업없이 온라인 수업으로만 진행하기로 한 경우 미국을 떠나거나 강제 추방 위험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이날 개정된 학생·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을 공개했다. 가을 학기에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받게 되는 외국인 학생의 경우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발급도 중단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신규 입국도 불가능하다.

일부 과목이라도 미국에서 현장 수업을 받는다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학교 당국이 현장 강의와 온라인 강의를 혼합하고 있다고 해도, 수강하는 과목이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될 경우 해당 외국인 학생은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합법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현장 수업을 위주로 하는 학교로 전학하는 것이 대표적인 조치다. 현장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자격 증명을 제출하거나 SEVP 정보 시스템에서 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이번 조치가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反)이민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정권의 이민제도를 손보는 데 있어 전염병을 이용하고 있는 것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민자 수용 차단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핵심 정책이다. 멕시코 정부가 마약과 불법 이민자들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지 못할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폐기하겠다고 협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달 '이민 선언문'을 통해 기업 건전성 등을 기준으로 법적 이민 규모를 크게 축소하는 방안을 내놨다고 CNN은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가을께 제2차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미국 대학들 대부분이 가을 학사과정을 상당부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계획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적지 않은 혼란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이민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3월 기준 SEVP 영향을 받는 비자 관련 외국인 학생은 약 120만 명으로 전국 8700개 학교에 등록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에 유학 중이거나 유학을 계획 중인 한국 학생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