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영원한 비서실장’ 박지원, 국정원장으로 ‘화려한 컴백’

2020-07-05 17:51
문재인 대통령 외교·안보 라인 인사 최대 화제 인물
서훈 안보실장과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다시 호흡
대북송금사건 인청 쟁점 전망…야당 집중 거론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신임 통일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오른쪽부터),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서훈 국가정보원장, 신임 국정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내정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단행한 외교·안보 라인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바로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의 국가정보원장 임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권 내에서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파격 인사였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가 대북 관계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는 상황에서 박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자 입장에서는 ‘친정’으로 돌아왔다고 볼 수도 있으나, 모든 정보를 갖고 물밑 조율을 하는 국정원장 자리를 78세의 노(老) 정치인에게 맡긴 것은 파격 그 자체였다.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을 돌파구 삼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여권에 뿌리를 둔 호남 정치인이지만, 국민의당과 민생당 등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비문(비문재인) 인사’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사실상 정계 은퇴를 하고 방송인과 단국대 석좌교수로 지내오다가 문 대통령의 지명으로 국정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게 됐다.

박 후보자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자 대북 정책 전문가다. 지난달 17일 전직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 분야 원로 전문가 청와대 초청 오찬에 참석해 문 대통령에게 남북 관계에 대한 조언을 했다. 청와대가 박 후보자를 낙점한 시기는 외교·안보 분야 원로 전문가 오찬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에서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이뤄진 대북송금 특검 과정에서 드러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북한에 4억5000만 달러를 불법 송금한 사실이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제2기 외교·안보 ‘투톱’으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와의 호흡도 기대된다. 두 사람은 20년 전 6·15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던 박 후보자는 DJ의 ‘대북 밀사’ 자격으로 협상 과정을 총괄했다.

서훈 내정자는 국정원 대북 라인 실무자였다. 2007년 10·4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역할을 맡았던 그는 현 정부 초대 국정원장으로 임명된 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과 함께 두 차례 대북 특사로 파견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일찌감치 유력 후보자 물망에 올랐었다. 이 의원이 통일·대북 문제에 관심이 깊고 추진력이 있는 여당 중진의원이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는 평화·안보를 주제로 매년 여름 비무장지대(DMZ)를 걷는 ‘통일 걷기’ 행사를 진행해 왔다.

이 후보자는 1980년대 학생 운동권인 ‘86그룹’의 ‘맏형’ 격으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을 지냈고,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해에는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돼 21대 국회의원총선거(총선) 압승에 기여했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맡아 각각 대미 관계와 남북 관계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한다. 문 대통령은 6일 안보실장과 외교안보특보를 임명하고,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