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6·17 충격에 대치동 '은마' 전셋값 닷새만에 2억 껑충"
2020-07-02 15:35
은마아파트 전용 84㎡ 전셋가 5억→7억으로
2일 찾은 강남구 대치동 일대의 공인중개사들은 6·17 대책으로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고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전세 시장이 난리가 났다고 입을 모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정부가 땅값이 오르는 지역을 짚어준 꼴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84㎡형 전세는 지난달 20일 7억원에 거래됐다. 불과 그 닷새 전만 해도 5억원에 거래된 데서 2억원이 뛰었다. 전용 77㎡형 역시 지난달 30일 전셋값이 6억원까지 치솟았다. 두세 달 전까지도 5억5000만원 전후였는데 5000만원이 오른 꼴이다.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 85㎡형의 전세 물건은 지난달 13일 1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전세 호가는 18억원까지 올랐다.
허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전세 시장은 격앙되다 못해 붕괴된 상태"라면서 "대치동은 학군 특수가 있는 동네여서 아이 때문에 초등학교부터 고3까지 버티는 서민층 가정이 많다. 그런데 실거주 요건이 바뀌면서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도 나가라는 집주인들이 많아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설명에 따르면 전세 세입자 2년 계약기간을 못 채우고 나가는 경우까지 왕왕 생기고 있다. 연말이 되면 전세 물건이 더욱 귀해지기 때문에 이사비용 등 손해를 보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지금부터라도 전셋집을 알아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마아파트에서 30년 동안 거주했다고 밝힌 주민 A씨는 "대책 발표 직후 며칠 사이에 이사하는 집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투기 과열을 막겠다며 내놓은 대책이 되려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전세자금 마저 빼앗는 형국이다.
앞서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국제교류복합지구를 포함한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총 14.4㎢를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앞으로 전세 보증금을 승계한 갭투자가 금지되고, 집을 사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사실상 매매가 가로막히면서 전세 시장으로 불똥이 튀었다.
인근의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역시 "학군이 좋은 대치동은 여름이면 전세 물건이 더 귀한데, 최근 규제까지 겹쳐 물건이 더욱 귀해지면서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물건이 나오는 대로 족족 거래되고 서너 달 전부터 대기하는 손님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지거래허가구역인 강남구 삼성동과 송파구 잠실동의 전셋값 역시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급등했다.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 전용 84㎡형 전셋값은 지난달 24일 12억원까지 치솟았다. 4월만 해도 11억원 선이었는데 1억원이 뛰었다. 은마아파트와 더불어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의 전용 76㎡형 전셋값은 5월 28일 4억원이었지만, 지난달 16일 5억원까지 치솟았다.
잠실동의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세를 끼고 산 집주인들이 변경된 재건축 실거주 요건에 맞추려고 하면서 매매·전세 매물 모두 귀해졌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감정원 주간시세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달 29일 기준 0.10% 상승했다. 53주 연속 오름세다. 전주 0.08%와 비교해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초구(0.20%)를 비롯해 강남구(0.14%), 송파구(0.16%), 강동구(0.17%) 등 강남4구 지역은 정비사업 이주 수요와 조합원 분양신청요건 강화 등 복합적인 이유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됐다. 감정원 관계자는 "강남구는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요건이 강화된 대치동 재건축 위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