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국회의장의 상임위 강제 배정, 위법일까?

2020-07-01 14:11
위법이라고 보긴 어려워…국회법 48조 1항 의장의 상임위 선임 권한 명시
통합당 "국회의장 재량권 벗어나…의장 직무는 단순한 의사정리 권한 불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통합당 의원 상임위원회 강제 배정과 관련,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헌법기관이다. 자신의 전공과 희망에 따라 활동해야 할 상임위원회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진행 중인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와 관련, "상임위원이 국회법에 따라 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상임위의 예산심사는 불법이자 탈법"이라고 주장했다.

통합당 의원 103명 전원은 이날 "의장의 상임위 강제배정은 국회법 제48조 1항에 위반되고, 헌법상 국회의원 개개인에게 보장된 국민대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통합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임의 배치했다. 통합당의 주장은 의장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

국회법 48조 1항은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하거나 개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교섭단체 대표의원인 주호영 원내대표가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국회 상임위는 이런 절차를 거쳐서 상임위 배정이 이뤄지는게 맞는다. 다만 통합당의 주장처럼 의장의 강제 상임위 배정이 불법이라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

국회법 48조 1항은 추가로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임시회의 집회일부터 2일 이내에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하여야 하고, 처음 선임된 상임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그 임기만료일 3일 전까지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하여야 하며, 이 기한까지 요청이 없을 때에는 의장이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의장과 민주당은 주 원내대표가 첫 임시회 집회일부터 2일 이내에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을 하지 않았고, '기한까지 요청이 없을 때에는 의장이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의장의 강제 상임위 배정이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 의장은 "의장은 위원 선임을 요청하지 않은 교섭단체에 대해 지난 6월 11일, 15일, 26일 그리고 오늘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서면으로 위원 선임을 요청하거나 교섭단체에서 조사한 소속의원의 상임위 수요 조사 결과를 제출해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다"면서 "이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섭단체에서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국회법 제 48조 제 1항 후단에 따라 의장의 직권으로 위원을 선임하고 위원장을 선출함으로써 오늘 원구성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했다.

반면 통합당의 경우 국회의장의 재량권을 넘어섰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은 "국회법 제10조는 의장의 직무를 정하면서 '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라고 규정해 의장 직무는 사실상 단순한 의사정리 권한에 불과하고, 국회의장 그 자체의 특별한 권한을 정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장의 상임위원회 위원 선임 권한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의 의사를 '배제'하고 국회의장이 일방적이고 임의적으로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이 결코 아니"라며 "△교섭단체 대표의원 간에 원 구성에 관한 협의 중이었던 점, △통합당 103명 전원에 대해 상임위원회 강제배정이 이루어진 점 등 범위와 과정을 볼 때 국회의장에게 주어진 권한의 적정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위법하다"고 했다.

다만 의장의 상임위 배정이 관행에 어긋나는 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행위는 지난 1967년 7대 국회 개원 당시 이효상 국회의장이 야당이었던 신민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약 53년 만에 다시 발생한 일인 셈이다.

당시엔 신민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대한민국 의회 역사상 처음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30일 국회 의장실에서 집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