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석 코레일 사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초비상 경영·조직혁신 불가피"

2020-06-30 15:15
올해 말까지 최대 3000억원 규모 비용절감
12개 지역본부·1000여개 조직 통폐합 추진

"코로나 19로 인한 승객 탑승률 하락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약 6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코로나가 종식된다 해도 비대면사회를 대비한 초비상 경영과 조직혁신이 불가피하다."

손병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30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처럼 말했다. 고질적인 적자 문제를 개선하고 조직을 탈바꿈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3월27일 취임사를 하고 있는 손병석 코레일 사장 모습.[사진 = 코레일]


손 사장은 "인원과 물자의 이동을 담당하는 우리 공사는 새로운 경영환경에 접어들었다"며 "한 해 운임 4조원 중 10%만 하락해도 4000억원의 수입결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매년 평균 1000억원 정도의 영업적자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직혁신으로는 고용 탄력성이 떨어지는 공기업 특성상 구조조정 대신 퇴직 인원 보충 외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특히 전국 12개 지역본부와 1000곳이 넘는 지역별 소규모 조직(정비단·사업소)은 통폐합하고, 본사의 인력 효율화를 단행키로 했다.

이로써 올해 말까지 최소 2000억에서 최대 3000억원 규모의 비용절감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부터 E까지 다섯 개 등급 중 코레일이 D를 받은 데 따른 조직문화 혁신도 이뤄질 예정이다.

손 사장은 "(경영평가 결과는) 최근 드러난 고객만족도 조작 사건과 함께 2~3년 전부터 연속된 사고, 회계오류, 연이은 파업 등으로 인해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우리 공사가 훼손한 것 아니냐는 경고의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어려운 상황을 돌파했던 남성 중심적인 단결력이나 상명하복, 군대식의 획일적인 문화가 변해야 할 때"라며 "새로운 세대는 수평적이고 참여 가능한 조직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문화 혁신은 노조와 사측,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문화혁신위원회'에서 전담해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문화를 개선할 전망이다.

다음은 손 사장과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Q. 노조 규약상 소속된 조직을 이동하는 방식에 제한이 있고 지방조직 통폐합도 어려운 과제로 보인다. 과연 혁신이 성공할 수 있을까에 관한 회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혁이 쉬운 일이었으면 지금 우리 사회는 더 좋은 사회가 됐을 것이다. 개혁이라는 단어는 가지고 있는 매력에 비해 험난한 과정이 뒤따른다. 다행히 내부적으로, 노조에서조차도 구조개혁에 총론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개혁하지 않으면 한 해에 5000억원씩 적자를 내면서 갈 수 없는 상황. 국민께 부담을 안기게 될 거다"

Q. 기존 인력을 효율화해서 신규 인력 소요를 증원으로 풀어낸다는 계획과 노조가 요구하는 순인력 증원이 상충하는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아직 노조와 협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노조도 사측의 입장을 알고 있고, 우리가 다시 살을 찌우는, 증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사측의 확보한 입장이라는 걸 노조가 잘 알고 있다."

Q. 12개 지역본부를 몇 개로 줄이는 건지.

"아직 밝힐 수는 없다. 두세 개 정도의 대안을 보고 있다. 지역도시의 경우 지역본부가 없어진다는 건 심각한 사태이기 때문에 미리 공개되는 건 곤란하다."

Q. SR 통합논의가 나오는데, SR과 코레일의 통합도 조직개편 일환으로 봐야하는지.

"코레일의 입장으로서는 통합이 바라는 일이 됐다. 하지만 철도운영기관과 산업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는 정부의 몫이다. 현재 경쟁체제를 유지하는 건 정부의 필요에 의한 것이므로 코레일에서 말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