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인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구속기소된 전 유도국가대표 왕기춘(32)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왕기춘은 26일 대구지법 형사12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이와 같은 의사를 전했다. 왕기춘의 요청에 따라 재판부는 다음 달 10일 국민참여재판 준비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배심원 재판제도로,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를 따지는 제도다.

이날 베이지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모습을 나타낸 왕씨는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부쩍 체중이 불어난 모습이었다.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어 유도·레슬링 등 격투 종목 선수 특유의 ‘만두귀’가 아니라면 왕씨라는 사실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한편 왕기춘은 2017년 2월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다니는 A(17)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체육관에 다니는 제자 B(16)양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도 받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B양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관심사를 나누거나 원하는 것을 들어주며 신뢰를 쌓은 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상태를 말한다. 가해자는 이 과정을 통해 피해자가 성적 가해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해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왕기춘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73kg급 은메달리스트로 한국 유도를 이끌던 선수였다. 지난 2016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우승에 실패하며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이후 은퇴한 왕기춘은 대구서 유도관을 열고 유튜버로 활동했다. 왕기춘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경기도 용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20대 여성의 뺨을 때려 입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