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행연합회장에 최종구ㆍ이동걸 거론

2020-06-25 05:00
잇단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에 당국 압박
조율자 절실…분위기 쇄신할 관피아 원해

은행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은행연합회 차기 수장에 '거물'급 인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은 그간 '관피아'에 부정적이었으나 이번만큼은 관 출신 인사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1월 말 임기가 끝나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후임으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장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몇 차례 간담회에서 추려낸 후 사원총회를 열어 선출한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연합회장의 조건은 따로 없으나 은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인사를 추천하는 것이 관례다. 다만 그간의 연합회장은 대부분 관 출신 인사였다. 행정고시를 통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지내다 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연합회장으로 오는 식이었다. '순수 민간' 출신은 김태영 회장과 전임인 하영구 회장 정도다. '관피아', '올드보이 귀환' 등 논란에 민간 출신이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관피아를 바라는 분위기다. 잇따른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 등으로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조율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최 전 위원장이다. 행시 25기인 최 전 위원장은 은성수 위원장(27기)보다 2기 선배다. 행시 합격 후 기재부에서 대부분을 지내다 2017년 3월 수출입은행장에 올랐고, 같은 해 7월부터 2년여 동안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1957년생으로 '올드보이' 논란에서 자유롭고, 은행권 입장을 대변하거나 정책 제안 시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은행권이 최 전 위원장 '영입'에 성공하면, 금융위원장 출신의 첫 연합회장이 탄생하게 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거물인 이동걸 회장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오는 9월 산은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이 회장의 차기 행선지는 금융권 최대 관심사다. 특히 이 회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연임설을 일축함에 따라, 현재까지 차기 연합회장 '0순위' 후보로 거론돼 왔다. 1953년생으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과 한국금융연구원장을 거쳐 2017년 9월 산업은행 회장에 선임됐다.

민간에서는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이대훈 전 NH농협은행장, 이순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거론된다. 한편 6대 금융협회장 중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2017년 11월 취임),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2019년 6월),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2019년 1월) 등 3명이 관 출신이다. 행시 15기인 김용덕 회장은 금융감독원장과 금융감독위원장을 거쳤다. 행시 25기인 김주현 회장은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26기인 박재식 회장은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