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심부터 산길까지 "OK"...400km 달리는 '쉐보레 볼트EV'
2020-06-25 05:00
1회 충전에 서울~양양 왕복…전기차 한계 깨다
원페달드라이빙시스템…가속페달만으로 가감속
원페달드라이빙시스템…가속페달만으로 가감속
전기차(EV)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이다. 하지만 한국지엠(GM)이 지난 9일부터 사전계약에 돌입한 2020년형 '쉐보레 볼트EV'는 이런 편견을 깨부수기에 충분했다.
볼트EV는 2017년 한국GM이 첫선을 보인 전기차다. 당시 한번 충전에 383㎞를 갈 수 있는 주행거리로 '장거리 전기차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형 모델은 기존 대비 31㎞ 늘어난 무려 414㎞ 주행거리 인증을 받아 장거리 기록을 다시 한번 새로 썼다.
지난 16일 볼트EV를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강원 양양군 낙산해수욕장까지 왕복 390.5㎞에 걸쳐 시승했다. 설악산 고갯길을 따라 해발 920m 한계령을 넘어 양양으로 가는 코스였다.
◆'원페달 드라이빙'으로 살아나는 에너지
66kWh의 배터리를 완충한 뒤 출발했다. 약 400㎞에 이르는 장거리를 배터리에 의존해서 달리려고 하니 불안감이 앞섰다. 주행 도중 혹시라도 차가 멈춰서면 어쩌나, 중간에 충전을 할 곳은 있을까 하는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에어컨 가동 소리만 들릴 정도로 내부는 고요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빠르게 속도가 붙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채 7초가 걸리지 않았다. 150kW급 고성능 싱글 모터 전동 드라이브 유닛이 탑재돼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성능을 낸다.
도심 혼잡구간을 벗어나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을 적용하자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드라이빙이 시작됐다. 원페달 드라이빙은 브레이크 페달 조작 없이 가속 페달만으로 가·감속에서 완전 정차까지 조작이 가능하도록 한 회생제동 시스템이다.
'D' 기어를 아래에 위치한 'L'로 전환하자 본격적으로 원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해졌다. 서울 근교의 지·정체를 반복하는 구간에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번갈아 누를 필요 없이 가속 페달만으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한결 편했다. 발을 떼면 속도가 급작스럽게 줄어들어 처음에는 조작이 다소 어색했으나 곧 적응했다.
특히 한계령 고개를 넘어가는 내리막길에서 원페달 드라이빙은 빛을 발했다. 내리막길에서 발을 떼면 배터리가 거의 줄지 않고, 오히려 빠르게 에너지가 회생됐다. 감속이나 제동 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는 전기에너지로 변환되고, 이는 배터리에 저장됐다가 재사용하기 때문에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나는 식이다.
시속 100㎞로 달리다가 내리막길에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니 40∼50㎾의 에너지가 저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너지가 저장되는 것을 계기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에너지를 아껴가며 운전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가속하거나 전기 소모가 크면 계기판의 번개 모양 아이콘이 노란색으로, 에너지를 저장할 때는 녹색으로 변했다.
◆온 디맨드·넉넉한 2열··· 가격은 전작과 동일
핸들 왼쪽 뒤편에 있는 '온 디맨드 시스템' 버튼을 누르면 에너지 저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온 디맨드 시스템은 보조 브레이크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무더위에 내내 에어컨을 켜고 서울∼양양 왕복 구간 390.5㎞를 주행했지만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뒤 확인한 계기판에는 아직 79.0㎞를 더 주행할 수 있는 전력이 남았다고 표시됐다. 50.4kWh의 전기를 썼다.
회생 제동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이보다 더 먼 거리도 주행이 가능할 듯 하다. 급속충전 시 1시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가 충전된다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아쉬웠다. 중앙의 디스플레이는 10.2인치형으로 시원한 느낌을 줬지만, 내비게이션이 자체 탑재돼 있지 않아서 다소 불편했다. 터널을 들어가고 나올 때 디스플레이의 전환이 3초 정도 느린 점도 아쉬웠다.
배터리 수명을 극대화했지만 가격은 기존과 동일하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제외한 가격은 LT 4593만원, LT 디럭스 4693만원, 프리미어 4814만원(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