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영선 “마켓컬리가 세계시장서 통하면 아마존 될 수 있다”
2020-06-25 08:08
박영선 중기부 장관 인터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 활성화 대책 주력
"BDC 도입되면 부동산 자금 벤처로 유입 기대"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 지원할 것"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 활성화 대책 주력
"BDC 도입되면 부동산 자금 벤처로 유입 기대"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 지원할 것"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알리며 재벌 개혁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100% 투자’라는 제한 조건을 제시하며 대기업 규제 완화 정책인 ‘CVC 제한적 허용’을 언급했다.(박영선 장관 "지주사 100% 투자형태 CVC 허용하자 : https://www.ajunews.com/view/20200624101629288)
그의 표정과 목소리에선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많은 고민과 절박함이 강하게 묻어났다. 박 장관은 업계의 요청을 경청하지만 무조건 수용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달라는 업계 요구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제한적 허용 입장이 벤처 생태계 구축, 벤처투자 활성화에 대한 박 장관의 의지를 볼 수 있는 상징적 발언인 이유다.
아주경제와 인터뷰 하면서 박 장관은 취임 1년의 소회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지난해 4월 취임하고 1년이 지났다. 소회를 밝힌다면.
“아마존(Amazon)이 A부터 Z까지 다 취급한다고 하는데, 중소벤처기업부가 딱 그런 부처다. 전통시장 두부에서 인공지능(AI)까지 다루는 일이 정말 많다. 현장에도 자주 나간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조금 쉬었는데, 보통 5일 중 3일은 현장에 간다.
취임 후 강원도 산불, 소재・부품・장비 기업 애로,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규제자유특구, 스마트공장, 가치삽시다 플랫폼, 자상한 기업 등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이끈 동력은 확진자 동선앱, 마스크맵 앱, 진단키트 등을 개발하며 신속히 대응한 벤처・스타트업에 있다. 우리나라는 사상 최대의 벤처투자, 유니콘기업 등 ‘벤처 4대 강국’으로 도약 중이다. 지난해 벤처투자는 4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유니콘 기업도 지난해만 5개가 탄생하며 11개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대면‧비대면 나눠서 통계를 뽑아보니,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 비대면 벤처 투자가 7000억원, 지난해에는 1조7000억원이었다. 이것이 온라인 경제와 코로나19 사태에서 사재기를 없애는 기반을 제공했다. 고용 면에서도 뛰어나다. 대면 기업이 27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동안 비대면 기업은 37명을 고용했다.
비대면 경제 활성화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5일에는 비대면 경제과를 차관 직속으로 신설했다. 비대면 분야 벤처투자와 스타트업 활성화, 자연·문화·역사 자료의 디지털화를 통한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등 종합 전략을 수립하고 지원 중이다. 여기에 소상공인의 온라인 전환을 지원하는 온라인경제팀과 시스템반도체‧바이오‧미래차 등 3대 분야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미래산업전략팀도 만들었다.
때마침 뉴딜과 연결돼 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할 수 있는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가 생겼다. 중기부에서도 ‘K비대면 글로벌 100’ 정책을 추진 중이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기존 기업을 키워서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100개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미국도 아마존을 제외하면 특별한 비대면 기업이 없다. 한국은 유니콘 기업 11개 모두가 비대면 기업이다. 이들이 글로벌로 진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서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신생벤처), 헥토콘(기업가치 1000억 달러 이상 신생벤처)이 돼야 한다. 마켓컬리가 세계시장에서 통하면 아마존처럼 될 수 있다.“
-3세대 기업의 탄생도 예고했다.
“1세대 기업이 삼성‧LG‧현대, 2세대 기업이 네이버‧카카오라면 3세대 기업은 디지털 인프라에서 탄생하고, 글로벌화 돼야 한다. 기업을 키워야 국민 소득이 올라가는 시대다. 3세대 기업들이 제2의 삼성이 되면, 국민소득 5만불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디지털 경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강국 구현을 위해서는 혁신 벤처·스타트업이 주역이 되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해야 한다.”
-CVC가 뜨거운 감자다.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시절, 미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두 가지 원칙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나는 독점에 굉장히 엄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금산분리 원칙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원칙들을 철저히 지킨다는 점이 유럽과 다르다. 대한민국 정부도 이런 원칙을 지켜가야 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재벌 기업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이를 활용해 벤처 투자를 하고 싶으면 그냥 VC를 만들면 된다. 꼭 지주회사 체제로 가져갈 필요는 없다. 공정위에서도 CVC가 금산분리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이 100% 투자하는 경우라면, 이 정도까지는 허용해도 (금산분리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 간절히 원하니, 제한적으로라도 한번 해보자는 입장이다.“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BDC를 통해 비상장 기업에 증권사,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VC도 투자할 수 있게 문을 열어주면 벤처‧스타트업계에 큰 힘이 될 거다. 개인투자자에게도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줘야 부동산에 집중되는 투자를 분산시킬 수 있다. 실질적으로 VC는 최소 7년 이상의 장기 투자가 이뤄지고, 수익률도 평균 7%나 된다. 엔젤투자의 경우 세제 혜택도 있는데,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개인에게도 (벤처 투자가) 부동산보다 나을 수 있다.”
-소상공인이 어렵다. 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있다면.
“위기가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분들이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다. 특히 여행업, 음식・숙박업, 학원 등이 많은 타격을 받는다.
중기부 조사 결과,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매출 감소세가 4월 6일과 3월 23일에 각각 정점을 찍은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기부는 매출 회복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국적인 소비 붐 조성을 위한 동행세일, 전통시장 공동마케팅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자생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도 있다. 비대면 소비 확산에 따라 온라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가치삽시다 플랫폼’에 라이브커머스 기술을 도입하고, 민간 온라인 판로를 통해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도와주고 있다."
-중소기업 수출 지원 기능을 강화한 전문 공공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중소기업 수출은 온라인에서 집중 지원하고 있다. 브랜드K 론칭 이후 100개 제품을 선정했다. 내수도 중요하지만, 수출을 중점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수출 지원책을 수행하는 기관이 취약한 것도 사실이지만, 미비한 부분을 이렇게 메워가려고 한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최저임금 논의가 이제 막 시작했다. 협상 과정에서는 결론이 날 때까지 침묵하는 게 도와주는 일이다. 지금 최저임금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 아닐까 싶다.”
-향후 거취에 대한 계획은 있나. 서울시장 재출마에 대한 구상은.
“정치권에 들어가서 ‘무얼 해야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앵커가 돼 봐야겠다'라는 생각은 해봤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미래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그랬기 때문에 검찰과 싸울 수 있었고, 재벌 지배구조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다. 미리 그림을 그려놓으면 그런 행보는 하지 못한다.”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수도여고, 경희대 지리학과, 서강대 언론대학원 석사 △MBC LA 특파원, 경제부장 △제17·18·19·20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대변인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