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역내 협력 재가동 시작...'코로나 공동대응' '남중국해 문제' 등 논의

2020-06-25 17:30
26일, 코로나 여파로 연기된 '아세안 정상회의' 재개최 방침
동남아 10국 코로나 상황 등 점검...“결속다지는 계기 마련할 것”
아세안, 이질적 요소 통합하고 안보협력체에서 경제협력체로 발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오는 26일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 하노이서 제36회 아세안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23일 아세안 사무국과 베트남 정부공보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10개국 아세안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는 화상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정부총리는 이날 발표를 통해 “전염병 대응에 아세안이 적극적으로 협력과 연대를 통해 아세안 공동체 보호와 건설에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라며 “동남아 10국의 코로나 상황 등 점검과 불거지고 있는 남중국해 공동대처 문제 등 결속다지는 계기를 다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정상회의는 당초 지난 4월 다낭에서 대대적으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펜데믹 여파에 정상회의가 그간 무기한 연기돼왔다. 이에 따라 아세안 각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그간 답보상태였던 역내 외교무대를 재활성화하고 지난해 타결된 RCEP 등 아세안 경제공동체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합의의 수준을 한층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회의는 아세안 정상회의와 함께 23일 아세안 사회문화협의회(ACSS)를 시작으로, 아세안 의회 간 회의(AIPA), 아세안 청년대표회의, 아세안 비즈니스 자문회의(ASEAN-BAC) 간 회의,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26차 아세안조정회의, 21차 아세안 정치안보공동체협의회(CASEAN) 등 각분야의 회의도 함께 열린다.

 

2020년 베트남 의장국을 기념하하는 아세안 로고[사진=아세안 홈페이지 캡처]


◆아세안 반세기 역사...'시장통합 가속화...단일공동체로의 발전'

올해로 53주년을 맞는 아세안(ASEAN)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10개국으로 구성되는 역내 국가들의 국제연합체다. 신생독립국인 동티모르를 제외하고는 역내 모든 국가가 가입해있어 국제사회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으로도 간주한다.

현재 아세안 의장국은 베트남이다. 내년에는 브루나이가 의장국으로도 예정돼있다. 아세안 의장국은 별도의 투표나 역내 영향력에 관계없이 모든 회원국이 순번제로 맡고 있다. 이는 다자간협의와 상호존중, 평등, 이해를 중시한다는 ‘아세안 대원칙’에 따른 것이다.

사실 초기의 아세안은 지금의 경제 공동체보다는 정치안보적 성격이 강했다. 당시 창립 주도 5개국가(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들은 월남전이 격화되어 인도차이나 반도에 대한 공산화 시도가 지속되고 동남아 지역 국가들 간 영토분쟁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안보적 협력체의 결성이 필요했다.

특히 아세안 출범 당시 정치·안보에 대한 각국은 입장이 달랐다. 싱가포르는 미국, 소련, 중국을 통한 균형외교를 중시한 반면 태국과 필리핀은 미국과의 협력을 중시했다. 또 인도네시아는 역내 최대국가로서 강대국에 영향력에 벗어난 지역적 탄력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세계2차대전 이후 지지부진하던 동남아시아 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의 노력이 컸다. 인도네시아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설득했고 태국과 필리핀을 끌어들였다. 아세안 본부가 현재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해 있는 이유다.

아세안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건 1971년 처음으로 시작된 제1차 아세안정상회담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첫 정상회의에서 각국 수반은 ‘쿠알라룸푸르 선언문(ZOPFAN)을 채택하고 아세안 정상회의 정례화를 공식화했다.

ZOFAN 선언의 의의는 처음으로 아세안의 정체성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특히 각국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외무장관의 협의를 통해 아세안 정치노선을 중립화로 채택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아세안의 중립화 기조는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아세안의 정치적 주요 노선이다.

아세안 경제공동체의 시작은 1976년 시작된 아세안공업프로젝트(AIP)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아세안 각국의 재무장관이 모여 1977년 특혜무역협정(PTA) 추진, 1992년 아세안 자유무역지대(AFTA) 추진, 1996년 아세안공업협력제도(AICO) 회의 등이 이어졌다.

아세안이 경제협력체로 본격적인 성격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이 당시 소련의 붕괴와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지역안보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되었고 나프타(NAFTA), 우루과이라운드 등이 시작하면서 경제공동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또 미가입국이던 베트남(1995년), 미얀마·라오스(1997년), 캄보디아(1999년) 공산권 국가들도 이때 가입하면서 마침내 아세안은 소위 말하는 지금의 ‘아세안 10’이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재무장관 회의로 명분만 유지하던 아세안 각국의 경제협력은 1997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제2차 비공식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비전 2020’이 채택되고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아세안 경제공동체 청사진은 단일시장과 생산기반, 경쟁력을 갖춘 경제블록, 균등한 경제발전, 글로벌 경제와의 통합 등 아세안을 경제공동체로 묶는 4대 기조방향을 말한다. 즉, 아세안 내 비관세 장벽을 완전히 철폐하고 전자통관제도인 이른바 ‘싱글윈도우’와 금융거래 자유화, 노동시장 완전개방 등을 도입해 역내 단일 경제공동체 통합을 가속화하겠다는 구제적인 목표다.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 34회 아세안정상회의.[사진=아세안사무국 홈페이지 캡처]

◆아세안, '10국 10색' 이질적 요소 통합하고 모범협의체로 거듭나

아세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소위 10국 10색으로 불리는 정치와 문화, 경제체제가 다른 이질적인 국가들이 모여 상호 협력과 발전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냉전기에는 적대적인 관계였던 베트남을 아세안에 가입시키고 이어서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를 아세안에 합류시키면서 명실공히 이 지역의 대표 공동체를 구성했다.

일반적으로 강대국이 이끌지 못하는 개도국 중심의 지역공동체는 각 국가들의 정치·사회적 불안과 경제적 취약성으로 인해 곧 이질성을 드러내고 유명무실해 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미의 공동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남미국가연합(USAN)의 두 경제블록은 초장기 결성부터 유사한 점이 많았다. 가입국 중에 선진국은 전무했으며 공동체를 대표하거나 이끌어나가는 주도적인 국가도 없었다. 의장국은 각 가입국이 공평하게 매년 돌아가면서 순번제를 유지했다. 두 경제블럭 모두 북방지역에 경제선진블럭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와 동북아 3국(한국,중국,일본)을 두고 있다는 점도 동일했다.

두 경제공동체는 경제선진국을 위에 두고 종속이냐. 상생이냐의 논쟁도 잦았다. 두 경제공동체 모두 북방의 경제선진국들에게 막대한 차관과 경제적 지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아세안과 USAN은 완전히 다른 운명을 맞았다. 남미의 경우 좌·우파의 정치대립으로 사실상 협의체가 유명무실해진 반면 아세안은 지속해서 협력 기조를 유지하며 세계 주요협의체로 우뚝섰다.

아세안이 성공했던 주요 이유로는 정치·안보보다는 경제적 이유가 꼽힌다. 아세안 각국은 남미 각국과 다르게 역내에서 상호 경쟁하는 동시에 보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예컨대 아세안의 고소득 국가인 싱가포르는 매우 선진화된 국제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아세안 각국의 투자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투자가들은 아세안 국가에 투자할 때 싱가포르를 경유하여 투자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베트남은 아세안 주요 생산기지로써 싱가포르의 투자금을 받아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생산한다. 또한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같은 방식으로 각자의 자본으로 캄보디아, 라오스에 투자해 상호성과를 얻는다.

국제사회 지역협력체로 아세안은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가장 괄목할 만한 것으로는 창립 이래 원대한 비전이었던 동남아의 아세안화(ASEAN-ization of Southeast Asia)를 통하여 동남아 공동체를 실현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아세안 창립선언에 담긴 ‘대동남아지역주의’ 모습을 구체화하면서 그들의 독자성과 국제적 발언권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게 했다는 평가다.

2000년대 들어 아세안은 아세안 자체의 협력강화보다는 주변 강국과 함께하는 다자협의체를 통해 외연의 폭도 넓혀 나가고 있다. 아세안 동아시아 3국이 참여하는 AESAN+3를 비롯해 동아시아정상회의(EAS),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등에 참여 중이다. 또 현재 아세안에 연결돼있는 국가만 14개국(주요 대화상대국 10개국, 부분대화상대국 3개국, 개발파트너 1개국)에 달한다.

2003년 아세안 정상들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선언한 ‘아세안협력선언 2’을 통해서 아세안의 세 가지 중심축인 아세안 정치‧안보 공동체(APSC)와 경제협력체(ACE), 아세안 사회문화공동체(ASCCB) 통해 아세안을 한데 묶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아세안 주도로 RCEP 협정까지 타결돼 아세안의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원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아세안은 RECP을 전 세계 16개국에서 세계 인구 절반이상이 참여하고 전 세계 GDP의 30퍼센트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메가 FTA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