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대책 후] [르포] 6·17대책後 은마 31평 18억5000만원..."법인 매물은 없어"

2020-06-21 11:00
- 임대사업자, 실거주 놓고 고민..."구제 대책 나올 듯"

"세를 안은 급매는 총 2건입니다. 31평은 18억5000만원, 19억원에 나와 있고 34평은 지난 18일 21억원에 나왔다가 이튿날 집주인이 보류했어요. 자가거주가 가능한 물건은 31평도 20억원에 나와 있어요. 1층도 19억5000만원이에요. 34평은 22억1000만원, 22억9000만원에도 나와 있죠.

법인 명의 물건이 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4424가구 중 열몇 가구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급매 나오는 건 '3일 천하' 아닐까 싶어요." (은마 인근 G중개업소 대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윤지은 기자]
 

19일 찾은 서울 대치동·잠실동 일대는 '6·17 부동산대책'의 여파로 '갭투자 막차'를 타야 하는 투자자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시행되는 23일부터는 '실거주 2년'을 전제로만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돼서다.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단지는 분양자격을 얻기 위해서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하는데, 이 때문에 임대사업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길게는 8년의 의무 임대기간을 채우는 동안 분양신청 시기가 다가오면 현금청산자가 될 수도 있어서다. 이들이 불안감에 급매를 출회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인근 B중개업소 대표는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시행되니, 전세 끼고 살 분들의 전화문의가 많다"며 "이번 주말부터 월요일까지를 틈타 로열동·로열층뿐 아니라 2·3층도 몇 개 거래될 듯싶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아시아선수촌아파트 37평은 지난 5월 18일 23억5000만원까지 거래됐고 현재 24억원, 25억원에 각각 나와 있다. 51평은 5월 13일 27억6500만원에 팔렸고 현재 30억원에 몇 개가 나와 있다.

2월 29일 29억9000만원에 팔린 게 마지막인 56평은 현재 30억8000만원, 31억원 등에 나와 있다. 직전 거래보다 호가가 높지만, 갭투자 막차를 타려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봐선 이 물건들도 곧 정리될 것 같다는 게 일대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2002년 준공된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아직 본격적으로 재건축사업이 추진되기 전으로, 분양자격 획득을 위한 2년 실거주 요건 충족이 비교적 급하지 않은 단지다.

대치동 은마 등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다 분양자격 강화 등 규제를 두루 맞았다. 인근 M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전세 낀 매물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내놨던 물건의 가격을 낮추는 집주인이 종종 보이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고 했다.

지난 17일 19억원에 거래된 은마아파트 31평은 현재 18억5000만원, 19억원에 나와 있다. 모두 세입자를 안은 물건이다. 자가거주가 가능한 것은 19억5000만원, 20억원에 나와 있다.

34평의 경우 지난 10일 21억원에 거래됐고, 현재 22억1000만원, 22억9000만원 등에 나와 있다. 최근 21억원에 나왔던 물건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집주인이 보류처리했다. 이 물건 역시도 세를 안은 것이다. 34평은 12·16 부동산대책 이후 가장 낮게 거래된 게 18억9300만원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주류는 아니라는 게 일선 중개업자들의 말이다. 대다수 임대사업자는 정부가 내놓을 '예외조항'을 기다리고 있고, 여의치 않을 경우 과태료 3000만원을 내고라도 들어와서 살겠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실거주가 어려운 집주인들은 '위장전입'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벌써 보인다.

은마아파트 인근 G중개업소 대표는 "의무 임대기간에 임대인이 거주하면 과태료를 부과받게 되는데, 이를 면제해주는 쪽으로 예외조항이 나오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있다"며 "과태료 3000만원을 내더라도 사업자 등록을 해지하고 들어와 살겠다는 분도 계시다"고 전했다.

벌써부터 위장전입 움직임도 꿈틀거린다. G중개업소 대표는 "본인이 방 하나에 전입신고하고, 나머지 방 두 칸에만 세입자를 받아도 실거주 요건을 채울 수 있느냐는 문의가 오늘만 여섯 통째"라며 "어차피 은마 근처에 실거주하는 집이 있고 은마에는 세입자가 있으니 실거주 소명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19일 이 관계자와 상담한 임대사업자 A씨는 "집 비워놓고 잠깐씩 오가면 되지 않겠나"라며 조언을 구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청담동 홍실아파트. 바로 옆에 삼성동 홍실아파트 이주 개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사진=윤지은 기자]
 

규제지역 '옆동네'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반사효과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G중개업소 대표는 "잠실동을 잡으니 바로 옆 신천동 파크리오가 하루 만에 5000만원이 올랐다. 장미아파트도 이번에 빠졌다. 앞으로 강남에선 도곡, 개포, 일원, 수서가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며 "(풍선효과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재건축단지가 많지 않은 삼성·청담동은 대치·잠실동 일대보다는 타격이 덜한 편이다. 청담동 삼익은 이주했고 삼성동 홍실도 7월부터 이주를 개시한다.

인근 T중개업소 대표는 "매물이 별로 없고 그나마 나와 있는 건 목돈이 필요한 데다 호가도 높은 편"이라며 "사업이 많이 진척된 곳들은 타격이 크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