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조현식 '의기투합'…태안에 국내 최대 드라이빙 센터 만든다

2020-06-18 14:32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조현식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고성능차 개발과 체험형 모터스포츠를 확대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현대차그룹은 17일 충남 태안군 태안기업도시에 축구장 176개 크기인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건립한다고 밝혔다. 126만㎡(38만평)의 국내 최대 규모로 건설되고, 2022년 완공 목표다. 현대차의 드라이빙 센터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태안에 세우고 있는 주행시험장 바로 옆에 세워진다. 주행시험장과 드라이빙 센터를 연계해 고성능 차량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성능 차량의 경우 고성능 타이어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양사의 협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사옥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관련 내용이 담긴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코로나19로 글로벌 시장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상황이지만 신규 투자를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주행체험 시설은 4개의 체험트랙과 4개의 체험존 등 총 8개의 코스로 구성된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출시된 벨로스터 N 연식변경 모델을 시작으로 올해 아반떼 N라인, 쏘나타 N라인, 코나 N, 투싼 N 등 고성능차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체험형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N 브랜드를 공개한 이후 고성능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을 벤츠의 AMG나 BMW의 M 같은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서다. 

또한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라는 브랜드 철학을 강조하는 체험형 서비스도 실시한다. 운전에 즐거움을 못 느끼는 일반인들을 위해서다. 드라이빙 기초부터 고난도 드라이빙 테크닉 등 단계별로 세분화된 주행기술을 교육할 계획이다. 전문 드라이버와 함께 탑승하는 한계 주행 체험, 다양한 조건의 노면과 장애물 체험 등 고객의 수준과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차·기아차·제네시스의 브랜드 컬렉션 상품을 전시하는 브랜드숍 등의 편의시설도 갖춘다.

특히 이번 신규 투자는 양사를 이끄는 두 부회장의 각별한 모터스포츠 사랑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수석부회장의 경우 과거 성과가 없어 사업이 철수된 월드랠리 챔피언십(WRC) 참가를 다시 시작한 바 있다.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현대차는 참가한 지 6년 만인 지난해 WRC에서 제조사 부문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은 직접 현장에서 WRC 출전 차량을 몰아볼 정도로 모터스포츠에 특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역시 모터스포츠와 고성능 타이어 모델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DTM) 등 모터스포츠 대회 출전 경험을 통해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특히 조 부회장은 타이어 본연의 성능에 집중하기 위한 경영전략을 강조해왔다. 조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타이어 및 자동차산업이 저성장하는 가운데 타이어사업을 먼저 혁신해야 한다"며 "타이어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의 투자와 인수합병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고성능 타이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벤츠, 아우디, BMW 등 독일 3대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부터 프리미엄 스포츠카 브랜드까지 폭넓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향후 '한국테크노돔' 등 연구개발 센터와 태안의 주행시험장을 활용해 고성능 타이어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대·기아차 상품본부장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한국 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수일 사장.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 ]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조감도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