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北, 靑 '4차 정상회담 유효' 직후 연락사무소 폭파…1조5000억원 개성입주민 피눈물

2020-06-17 00:00
北 조선중앙방송 "16일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완전 파괴"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 NSC 상임위 긴급 소집
김연철 장관, 국회 외통위 참석 중 '폭파' 보고 받고 이석

‘4·27 판문점선언의 상징’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16일 개소 1년 9개월 만에 사라졌다.

해방 이후 남북정상이 처음으로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고 선포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 지난 지 단 하루 만이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경고 담화 발표 후 사흘 만이다.

특히 북한은 이날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4차 남북 정상회담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힌 직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 남북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오후 방송에서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6월 16일 완전히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죗값을 깨깨 받아내야 한다는 격노한 민심에 부응해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차단해버린 데 이어 우리 측 해당 부문에서는 개성공업지구에 있던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시키는 조치를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오늘 오후 2시 49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가 폭파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폭파되는 모습[사진=국방부 제공]


연락사무소 폭파 정황은 남측 개성공단이 위치한 곳에서도 포착됐다.

경기북부 최북단 마을인 파주 대성동 주민들은 “폭음과 함께 불난 것처럼 연기가 났다”고 말했다. 군 소식통 역시 개성공단 지역에서 폭음 소리와 함께 연기가 목격됐다고 했다. 한 주민은 “마치 가스 폭발이 난 듯싶었다”며 폭파 당시를 표현했다.

북측의 연락사무소 폭파는 현재 정부가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성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또 개성공단 입주민의 피눈물로도 이어진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미 2016년 2월 운영 중단으로 1조5000억원의 재산적 피해를 입었다.

아울러 170억원가량의 국민 세금이 날아갔다는 지적도 있다.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사업별 예산 및 집행 현황’ 자료 등에 따르면 연락사무소 건립 당시 정부는 103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후 3년 동안 건설 및 운영 비용 등으로 169억원 정도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통일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잠정 폐쇄됐던 연락사무소의 보안성 강화를 위해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추진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북한이 16일 오후 2시49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가 연기에 휩싸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락사무소 파괴가 예고된 행동이었다면서, 추가 행동·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연락사무소는 남북 판문점선언 합의의 상징”이라며 판문점선언을 파기하겠다는 북한의 의도를 반영했다고 짚었다.

북한의 군사합의 파기와 관련해 양 교수는 “그럴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 역시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연속적 행동’으로 갈 것”이라며 “비무장지대(DMZ) 요새화(무장화), 대남 삐라(전단) 살포 맞불 등 군사합의 파기로 가는 가속페달을 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남북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역에 군대를 재진출시키는 계획을 연구한다며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바 있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정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5시 5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하고,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상황을 고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연락사무소가 사라지던 순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중이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여기에 와 있는 상황에서 일이 벌어졌다. 일단 예고된 부분이 있다. 조금 더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봐야 한다”며 외통위 회의장을 급히 떠났다.

군 당국은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돌발 군사 상황에 대비해 대북 감시·대비태세를 강화했다. 아울러 최전방 부대 지휘관들에게 정위치하고 부대를 지휘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