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이명우 위원장 "'독립정신' 기반 국민통합, 통일의 첫 걸음"

2020-06-17 00:00
'봉오동전투 전승' 100주년 기념 이명우 이북5도위원장 특별 인터뷰
"남북관계, '봉오동전투' 독립정신 기반 국민통합으로 풀어나가야"
"남북 체제 경험한 탈북민·이북5도민, 통일에 큰 역할 할 수 있어"
"이북5도 주도 통일연구소·이북5도경제인협회 설립이 올해 목표"
"北 '무응답'에도 포기하면 안돼…계속 문 두드려야 공간 생긴다"

“봉오동전투의 ‘독립정신’으로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통일을 향한 첫 단계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나라 독립군의 첫 승리인 ‘봉오동전투 전승 100주년’을 앞두고 이명우 이북5도위원장은 교착국면에 빠진 남북 관계를 ‘독립정신’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이북5도청에서 본지와 만난 이 위원장은 “한나라를 운영한다거나 분단된 나라가 통합하기 위해선 첫째도 둘째도 정신이 중요하다”며 선조들의 독립정신으로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위축된 남북 관계의 공간을 확대하려면 국내 정치·사회적 내적갈등 극복이 우선순위이고, 이를 왜적(倭賊)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던 선조들의 ‘독립정신’으로 이뤄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한반도 평화, 통일 등 모든 것인 외부의 여러 가지 요건에 따라 상황이 변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주체는 우리”라며 국민통합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탈북민)과 이북5도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들에 대한 교육 및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탈북민과 이북5도민에 대해 “북한과 남한의 체제를 모두 경험하신 분들로 남북의 장단점을 모두 안다”며 “통일이라는 것이 서서히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나 급변 사태 등 갑자기 상황이 변할 수 있다. 이때 이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통일정책을 기반으로 탈북민·이북5도민의 통일 교육에 집중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길이라는 의미다.

이 위원장은 위원장 임기 동안 이북5도만의 통일연구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같은 이북5도민 경제인 협회를 만들어 남북협력, 경제교류에 대비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이북5도의 특성을 살려) 통일연구소를 만들어 통일문제를 연구하고 싶다”며 “이북5도민 중 꽤 성공한 경제인이 많은데, 이들로 구성된 경제인 포럼을 하고 싶다. 시작은 50명부터 시작해 규모를 키워 남북교류 활성화 때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구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북5도위원회는 북한 5개 지역 황해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등의 도지사들이 모여 행정업무를 독립적·종합적으로 하는 기구다. 이북5도위원장은 해마다 5명의 지사가 순번제로 1년씩 맡는다. 올해는 평안남도 지사인 이명우 도지사가 이북5도위원장 자리에 앉았다.

이 위원장은 “이북5도의 활동은 1949년부터 시작됐다.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 영토는 분명히 한반도라고 명시돼 있다. 한반도는 남과 북을 모두 어우르는 것”이라며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헌법 수호와 함께 통일에 대한 의지를 좀 더 확고히 하기 위해서 이북5도지사를 임명했다”고 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특별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이명우 이북5도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이북5도청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봉오동전투 100주년’ 특별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민통합, 봉오통전투 100주년 정신에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차, 한반도 위기 지속하고 있다. ‘봉오동전투 100주년’, 항일무장독립사가 한반도 위기에서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정신을 배워야 하는지.

“한 나라를 운영한다거나 분단된 나라가 통합하기 위해선 첫째도 둘째도 정신이 중요하다. 통일해야겠다는 정신은 독립해야겠다는 정신과 상통한다. 그 정신이 서로 일치돼야 한다. 또 주변의 강대국 갈등이 있을 때 내적갈등이 있으면 안 된다. 모든 것은 외부의 여러 가지 요건에 따라 상황이 변하지만, 결국에는 주체는 우리다. 주도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원대한 목표에 따라 맞춰 나가려면 우선 국민통합을 해야 하고, 국민통합의 시발(始發)은 봉오동전투 100주년 정신에 있다.”

-‘4·15’ 총선도 그렇고 김정은 사망설 둘러싼 극한 갈등 등 진영논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울 것 같은데.

“보수나 진보나 사실은 다 나라 사랑하는 거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고 한번 들었으면 한다. 자기주장이나 이념이 최고의 가치고 방법이라는 생각을 접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타협이 있지 않겠나. 정치는 아시다시피 최상을 추구하기는 하지만 최상을 추구할 수 없어서 차선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회로 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적 방법이다.”

◆“통일연구소·경제인협회 설립으로 남북교류 준비”

-이북5도위원장 임기가 1년이다. 임기 동안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통일문제를 연구하고 싶지만, 위원회의 인원과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 가능하면 사단법인 형식의 ‘이북5도 통일연구소’를 만들고 싶다. 이를 통해서 통일문제를 연구하려 한다. 현재 이북5도 지사들과도 협의중이다. 또 이북5도민 중에서 꽤 성공한 경제인이 많다. 이북5도민으로 구성된 경제인 포럼 나아가 ‘이북5도 경제인 협회’를 만들고 싶다. 남북교류가 활성화돼서 실제 경제교류로 이어졌을 때 우리의 역할을 제시할 수 있는 전체 정책제안기구로 발전, 전경련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제21대 국회에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11명이 있다.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관심들이 많다. 매년 10월에 이북5도민 전체 체육대회를 하는데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국회의원 대여섯 분이 오신다. 사실 위원회 운영에 예산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어 예산 관련 부탁을 한다. 올해는 이북5도 무형문화재 지원 사업에 대한 예산을 부탁하려고 한다. 현재 도에서 19개 무형문화재를 발굴하고, 계승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이북5도 내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에게 매월 100만원씩, 전수관 월세 정도를 지원하려고 하는데 총 2억원가량이 필요할 것 같다.”

-이북5도위원장으로서 바람직한 통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통일을 원한다. 통일은 빠를수록 좋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통일은 분명 이런 것으로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존중 △남북 간 공통적인 역사 인식과 문화 교류 등 이런 네 가지 원칙하에 통일이 된다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한다.”

-통일이 이뤄져야 하는 적절한 시기가 있다고 보는지.

“지금 남북 전체 소득 차이가 40대1, 국민 개인당 소득차이가 20대1이다. 통일의 적절한 시기는 우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개인당 소득차이가) 한 5대1까지 갔을 때로 본다. 교류도 자연스럽게 되는 것보다는 단계별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북한에 가서 남한과 같은 수준은 아니더라고 (북한의 경제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린 다음에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

-단계적 통일이라고 하면 연방제를 의미하는 것인가.

“사실 평화 통일 프로세스라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고, 존중하고, 그다음에 단계적 통일을 하자는 것인데, (통일은) 갑자기 올 수도 있고, 영원히 안 올 수도 있다. 실질적으로 통일을 조성하는 방법은 교류를 통해서 북한의 소득을 증진하고, 남북이 문화·정서적으로 교류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빠른 통일의 길은 중국이 경제·정치적으로 완전히 민주화가 되고 그 체제를 북한이 닮아가면서 우리와 유사한 시스템을 갖춰가는 것이라고 본다.”

◆“남북 협력의 문, 계속 두드려야 열린다”

-정부의 남북협력사업은 북한의 호응이 필요한데 남측이 일방적으로만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북5도위원장을 하기 전에는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에 회유를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자꾸 이야기해야 어느 순간 이뤄진다. 뒷짐 지고 있으면 안 된다. 계속 문을 두드리고 제안을 하며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얼굴을 붉히더라도 남북 당사자들이 자주 만나야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신뢰가 쌓이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9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한·미, 북·미 관계가 모두 교착 국면에 빠지면서 비정치적 교류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비정치적 동향 교류, 계속해야 할까

“당연히 추진해야 하고 이뤄져야 한다. 북한은 체제 유지가 최우선이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공산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체제 유지가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모든 것에 손을 내밀 수 있다.”

-주요 2개국(G2) 갈등 등 외부 변수가 지나야겠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남북교류 선순환 가능 시점은 언제라고 보는지.

“일단은 미국 대선이 끝나야 한다고 본다. (북한은) 어쩌면 우리 총선이 자신들이 원하던 방향으로 결론 났다고 판단을 할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고,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응답이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보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북한의 체면과 자존심만 살려주면 마지못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명우 이북5도위원장 프로필
△1947년 7월 20일 평안남도 양덕군 출생 △메가라이트 대표이사 시장 △한미기초개발(주) 회장 △명지전문대 경영대 부교수 △한미지오텍건설(주) 회장 △현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 겸 평안남도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