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北 잇따른 ‘담화 도발’에 ‘사면초가’…내일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메시지 고심

2020-06-14 14:49
김여정, 군사행동까지 예고하며 ‘도발’
靑, NSC 회의 개최 등 사태 파악 촉각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잇따른 북한의 담화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특히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하루 앞두고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14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개최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오후 9시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와 군사행동까지 언급한지 불과 3시간여 만에 이뤄졌다. NSC 상임위가 주말 심야에 긴급 소집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그만큼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에 대해 청와대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제1부부장 주도의 대남 비난 담화는 지난 4일 대북전단 관련 비난 공세로 시작됐다.

북한은 12일과 13일 새 무려 세 차례의 담화를 냈다. 장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은 첫 개인 명의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 났다”면서 사실상 남북관계 파탄을 선언했다.

이어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13일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면서 핵 무력 강화를 시사했다. 우리 정부의 북·미 대화 중재 노력에 대해서는 “조미(북미) 사이의 문제, 더욱이 핵 문제에 있어서 논할 신분도 안 된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제1부부장은 13일 밤 9시께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 하다”고 엄포를 놨다.

김 제1부부장은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면서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북한은 최근 남북 연락사무소와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청와대가 우려하는 대목은 무엇보다 북한의 군사도발 실현 가능성이다.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가 진행될 경우, 국제사회에서의 남북 관계 입지가 줄어들면서 한반도 평화 문제가 전 세계 주요 이슈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NSC 상임위 긴급회의 결과를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남북 관계로의 회귀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남북공동선언 20주년과 관련해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메시지의 형식과 내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