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뉴딜’ 탄력...‘수소경제’에 꽂힌 기업들

2020-06-11 05:11
현대차·현대로템·효성 등 수소차-충전소-액화수소 공장 등 투자 잇달아
한화, 美 수소트럭업체 선투자로 20배 잭팟...”경제성 높일 정책 지원 필요”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맞물려 국내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수소 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판 뉴딜 사업의 양대축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제시하면서 탈원전·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수소자동차 등 수소 경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와 GS칼텍스가 협력해 서울 도심에 첫선을 보인 'H강동 수소충전소' [사진=현대차 제공]



수소는 연소 후에도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래 성장성 또한 높다. 2017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수소에너지가 전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18%를 차지해 연간 2조5000억 달러(약 3000조원)의 시장가치와 3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소차와 충전인프라 면에서 걸음마 단계다. 이는 반대로 기업들에겐 투자에 따른 가치 상승, 인프라 구축의 기회가 많다는 뜻도 된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한시라도 빨리 기술확보와 설비 및 충전 인프라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수소車·충전설비 구축에 현대차·효성 등 선투자 활발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전기차 ‘넥쏘’를 개발한 현대자동차그룹이 가장 의욕적이다. 지난달 27일 GS칼텍스와 함께 서울 도심 내 첫 수소충전소를 개소하는 한편 지난 3일 전북 완주에 국내 최초 수소상용차 특화 충전소를 열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개발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 및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버스, 수소트럭 개발 및 생산에도 속도를 내 수소차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손잡은 GS칼텍스는 전국의 주유소를 거점으로 삼아 수소 에너지 충전인프라를 제공할 계획이다. 허세홍 사장의 ‘친환경 경영’ 방침에 따라 국내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만큼은 GS칼텍스가 앞장서서 책임지겠다는 목표다.

효성그룹은 세계적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 ‘액화수소 공장’ 건립에 나섰다. 오는 2022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자해 울산에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인 하루 35t, 연산 1만3000t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을 하게 된다. 연간 수소차 10만대를 충전할 수 있는 물량이다. 효성 계열사인 효성중공업은 지난 2월말 기준 국내 수소충전소 공급 점유율 1위(27.5%)를 차지한 상태다. 

현대로템도 10일 수소충전 설비공급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장치인 ‘수소리포머’의 원천기술을 확보, 충전소 구축에 필요한 설계·구매·시공에 이르는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수소리포머 기술을 이용하면 천연가스에서 하루 640㎏의 수소 추출이 가능하다. 외산 수소리포머 대비 15%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정부와 연계해 도심지와 고속도로 휴게소 거점 등에 수소충전 설비와 수소리포머를 공급, 2025년까지 35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현대로템은 수소 충전인프라 확대로 수소전기트램의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전세계 수소전기열차 시장은 약 6000억원 규모로 지난해부터 현대자동차와 함께 수소전기트램에 착수한 상태다.
 

현대로템 수소 전기트램 조감도.[사진=현대로템 제공]



◆한화, 美 수소기업 선제 투자..."에너지거버넌스 필요" 

한화그룹은 해외로 눈을 돌려 수소 경제 선제투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18년 11월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한 미국 수소트럭업체 ‘니콜라’가 지난 4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기업가치가 122억 달러(약 14조6900억원)가 됐다. 당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확보한 지분(6.13%) 가치는 7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로 1년 6개월 만에 7배 이상 불었다. 니콜라 주가는 3거래일 만에 두 배이상 뛰면서 한화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첫 투자 대비 20배 불어났다.

한화는 니콜라를 기반으로 미국 수소차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또 한화에너지는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니콜라의 수소충전소에 우선 공급하고 한화종합화학은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하는 그림이다. 한화큐셀과 한화솔루션도 수소충전소에 태양광 모듈과 탱크 등을 공급할 것이란 기대다.

구조조정에 돌입한 두산그룹은 수소전력공급을 일찌감치 준비해왔다. 두산퓨얼셀은 이달 충남 서산시에 ‘대산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할 계획이다. 하루 5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로, 현재 시운전 중으로 가동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곳에는 두산퓨얼셀이 만든 수소연료전지 440㎾급 M400, 114대가 설치돼 하루에 9만 가구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두산퓨얼셀은 오는 7월 준공 예정인 여의도 파크원에도 M400을 설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힘입어 기업들이 앞다퉈 충전소와 연료전지 등 수소경제 분야 선점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수소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현저히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허선경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수소의 생산 및 저장, 운반, 충전, 수소연료전지차, 연료전지 등 수소경제 전 분야의 성장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