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美의 노예사슬 끊어라"…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에도 대남 비난

2020-06-10 08:55
北 선전매체 "항쟁열사의 염원 실현 위해선 美의 노예사슬 끊어야"
정부 남북협력사업 추진 맹비난, 한·미 동맹 등 외세의존 반성 촉구

북한이 올해로 33주년을 맞이한 ‘6·10 민주항쟁’에 대해 “남조선 인민들의 반미(反美)자주화, 반파쇼(반파시즘)민주화투쟁에서 이룩한 귀중한 승리”라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6월 인민항쟁 열사들의 염원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북한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0일 ‘항쟁자들의 염원을 실현하자면’이라는 기사에서 ‘6·10 민주항쟁’ 33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대남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매체는 “6월 민주항쟁은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반미자주화, 반파쑈민주화 실현을 위한 길에서 보다 큰 걸음을 내짚게 한 대중적 항쟁”이라며 “남조선 인민들의 투쟁사에 빛나는 장을 아로새겼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과 부산, 대구와 광주, 목포와 제주 등 남조선 각지의 500만 인민들이 떨쳐나 군사파쑈도당의 모진 탄압 속에서도 20여 일 동안이나 계속된 6월 인민항쟁은 정의와 진리를 위해 투쟁에 총궐기한 인민 대중의 힘은 무한대하며 인민 대중이 하나로 뭉친다면 군부독재 정권도 능히 타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 민주화추진협의회 사진 전시회에서 한 시민이 전시된 사진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매체는 “그러나 그때부터 수십년 세월이 흐른 오늘까지도 6월 인민항쟁렬(열)사들의 념(염)원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초불(촛불)항쟁으로 보수통치를 끝장냈다고 하지만 남조선에서는 아직 보수적폐세력의 준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협력을 언급했다.

매체는 “당국자들은 ‘마국산 전쟁 장비를 끌어들인다’, ‘미국의 승인을 받는다’, ‘인민들의 혈세를 섬겨 바친다’ 하면서 여전히 과거 행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매체는 “현실은 남조선에서 자주와 민주, 통일을 지행했던 6월 인민항쟁 열사들의 염원을 실현하자면 적폐 세력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부패한 사회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며 “날로 조여지는 미국의 노예 사슬을 끊어버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언급된 ‘미국의 노예 사슬’은 한·미 동맹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를 소개했다. “역적무리들을 송두리째 불태워 버리자!” 구호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노동신문 캡처]


한편 매체는 이날 ‘비난과 규탄을 받아 마땅하다’라는 기사를 통해서도 남측을 비난했다.

매체는 “사대와 외세의존은 나라와 민족의 자주성과 존엄을 좀먹고 해치는 가장 유해로운 반민족적 행위”라며 남한이 미국의 눈치만 보면서 외세의존정책에 계속 매달려 한반도 정세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매체는 “우리의 주동적이며 과감한 조치에 의해 70여 년의 민족분열사상 일찍이 있어 본 적이 없는 북남 관계 개선의 좋은 분위기가 마련되고 역사적인 북남 선언들이 채택됐을 때 온 겨레는 평화통일에 대한 희망으로 설렜다”며 “북남 선언들이 성실히 이행되기를 한결같이 기대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남측이 보수정권 때에도 없었던 ‘한·미 실무팀(한·미 워킹그룹)’이라는 예속과 강박의 기구까지 만들며 동족과의 신의를 저버렸다고 맹비난하며, 반성을 촉구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를 소개했다. [사진=연합뉴스·노동신문 캡처]


매체는 “동족이 내미는 선의의 손길이 아니라 약탈과 탐욕으로 얼룩진 외세의 손을 부여잡고 외세의 ‘속도 조절’ 요구에 발맞춰 미국의 반공화국 제재압박책동에 편승해온 남조선당국의 친미사대매국행위와 동족대결책동으로 인해 오늘 북남 관계는 경색국면에 처하고 조선반도정세는 날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온 겨레는 지금 남조선당국에 ‘평화’와 관계개선, 그 무슨 ‘호응’을 운운하며 기만적인 말치레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지금껏 자기들이 저지른 죄악에 대해 똑똑히 반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남조선 당국이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동족과의 대결을 고취하며 사대와 외세의존에 계속 매달린다면 선임자들과 다름없는 비참한 말로가 차례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독자적 남북협력사업’ 추진이 남북 관계 개선에 효과가 없다는 것을 강조, 대북제재 완화 등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남북 간 대화의 공간이 생긴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남북 관계가 언제든지 과거의 적대 관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