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이 끌어올린 코스피] 리서치센터장 증시전망, 2300 랠리 vs 추매 '신중론'
2020-06-05 00:10
코로나19 확산이 글로벌 경제를 강타한 가운데 한국 증시는 가장 먼저 반등에 성공했다. IT와 제약·바이오 업종이 코로나19로 인한 급락장에서 살아남은 가운데 대형주들도 상승하며 증시를 이끌었다. 과거엔 외국인과 기관 자금을 쫓아다니던 개인 투자자들이 코로나19 급락장 이후엔 우직하게 '동학개미운동'을 펼치며 지수 하방을 떠받쳤다.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 자금까지 돌아왔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현재 증시 반등이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과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나타났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하반기 증시 향방에 대해서는 답이 엇갈렸다. 3분기까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부진한 기업 실적이 증시를 제약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3분기까지는 상승세 이어진다
최 센터장은 "엄청난 유동성과 함께 비대면(언택트) 기술 산업들의 성장성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며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교체된 상황"이라며 "여기에 한국의 경우 저금리 기조와 함께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한 규제까지 겹치며 침체된 경기와 달리 증시는 코로나19 이전까지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2일 있었던 대형주들의 급등은 현물을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하던 외국인 자금들이 선물 시장에서 고평가 현상이 나타나자 기존 포지션을 반대로 가져가면서 나타난 상황"이라며 "일회적 현상이기 때문에 향후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다만 3분기 이후부터는 단기적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는 "9월말 전후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유동성 정책이 마무리될 예정이며 한국도 9월 15일이면 공매도 규제가 풀리게 된다"며 "그 시점이 되면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올라왔다는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책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이 새로운 불안요소가 등장할 것"이라며 "가을이 되면 단기적으로 조정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센터장은 경기 침체를 이겨내기 위해 사용한 재정 정책이 국가 부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현재 전 세계가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풀며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며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이런 시스템이 계속 이어지면 국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부채 문제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라고 볼 순 없다"며 "다만 내년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46~47%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 단기 침체로 끝날 것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례없이 신속하게 집행된 각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경우 정부 대응이 늦어지며 장기 침체의 양상이 나타났지만, 코로나19 확산 위기에서는 신속한 재정정책을 통해 민간 부채를 국가로 이전하며 단기 침체에 그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경수 센터장은 "과거에는 경제 위기를 일으킨 주체들이 명확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통해 민간의 부채를 축소하는 정책이 시행됐다"며 "재정정책도 상대적으로 천천히 집행되면서 회복이 늦어지는 장기침체 양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의 경우 누구도 잘못한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인 정책을 써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침체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록다운(봉쇄)으로 경제활동이 멈추며 나타난 침체이기 때문에 반등 속도도 더 빠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100년 전 스페인 독감 발생 당시에도 봉쇄가 풀리자 경기가 급격히 회복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증시 역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오히려 그는 "기업 실적이나 영업이익보다 주가 수준이 먼저 증가하고, 뒤를 따라 각종 실물 지표들이 후행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시위 등을 둘러싸고 재점화된 미 ·중 갈등에 대해선 반드시 악재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관세 전쟁으로 격화됐던 지난 미 ·중 갈등과 달리 이번에는 기술 패권을 다투는 양상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면 미국 시민들도 타격을 입는다"며 "경기 침체와 11월 대통령 선거가 겹친 상황에서 갈등은 관세보다는 반도체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술력 다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의 견제로 기술력 개발에 뒤처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상대적 수혜를 보게 된다"며 "이번 미·중 갈등이 반드시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변동성 커진 증시··· 신중한 투자 필요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추가 매수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센터장은 "현재 국내 산업 중 주당순이익(EPS)이 좋아지는 곳은 헬스케어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반도체 등 IT 하드웨어"라며 "앞의 두 업종은 이미 많이 주가가 뛴 상황에서 기관과 외국인들도 반도체에 주목하며 최근 증시도 상승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관이 내년 반도체 업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데 이어 원화 약세가 진정되자 외국인 자금도 매수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수가 많이 올라오며 오히려 증시 변동성은 커진 상태로, 기관 및 외국인 자금도 이런 상황을 버틸 만한 종목을 찾기 위해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상승이 오히려 투자자들에겐 어려움을 안겨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3월 코로나19 폭락장 당시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가가 하락하며 좋은 주식을 찾아 매수하면 이익을 볼 수 있었다"며 "현재는 대부분 주식이 가격이 많이 올라 어떤 종목을 사야 할지 오히려 선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좋은 기업에만 집중해야 했던 주가 폭락 시기보다 오히려 증시가 회복세인 현재 더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가는 올랐지만 실물 경기는 여전히 극심한 침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들면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어느 업종이 며칠간 올랐다고 매수하기보다는 내년까지 시야를 넓히고 우량주 중심으로 종목을 찾아봐야 하는 시점"이라며 "경제 지표의 흐름은 물론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확산 가능성 등 대외변수도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투자자에겐 주식에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계기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며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도 달라진 상황"이라며 "경제 정책이나 대외 관계 측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성향이 다르므로 증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간적 강세장··· 조정장 주의해야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들을 중심으로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장세를 이끄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2000선까지는 개인들의 자금 유입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승했다면 2100선 진입은 경제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개인들의 자금 유입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강세장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의 추경안이나 그린 뉴딜사업 등이 발표되면서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업종별 선순환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주춤한 매도세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정부 정책 발표, 전세계 경제활동 재개 등 기대감도 호재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3월 1500선이던 코스피가 2100선까지 V자로 급등했다"며 "실적이나 경기 흐름을 반영했다기보다는 주변의 기대감과 변화하는 외부 조건에서 순간적인 강세장이 이뤄진 것으로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강한 유동성 랠리의 모습으로 초반엔 바이오, 중·소형주가 이끌었다면 최근엔 삼성전자 등 대형주까지 전반적으로 오르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센터장은 추가적인 상승장이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봤다. 증시의 기초 체력인 상장사들의 2.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발표된 4월 경상수지는 31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2개월 만에 적자전환됐다. 적자 규모도 지난 2011년 1월 이후 111개월 만에 최대 적자 규모다.
그는 코스피가 2200선을 바라보고 있다며 조정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미·중 갈등과 홍콩 시위, 국내 2, 3분기 실적 약화 등 중장기적인 악재들이 산적해 이후 상승장은 더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실물경제와 주가 괴리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어서 개인투자자의 경우 빚을 내 투자하는 이런 무리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피 고점 도달··· 단기적 조정 예상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강세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뉴딜정책 발표로 인한 기대감으로 상승했다고 봤다. 추가적 상승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으로 봤지만, 상승이 이어지더라도 경기회복이 뒷받침되지는 않는 불안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센터장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 경우 코로나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경제활동 재개를 준비하는 나라들도 결국 코로나 사태의 재확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50선을 코스피지수 적정 고점으로 보고 있다”며 “개인들의 매수세를 바탕으로 기관들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어 증시가 크게 올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갈등 가능성도 국내 증시의 위험요인으로 봤다. 정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위 진압 과정에서의 비난을 외부로 돌리려 할 것”이라며 “미국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중국을 상대로 더 강한 제재를 내놓을 수 있고 이는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국내 기업의 부진한 실적이 증시 추가 상승을 제약할 것이라고 봤다. 정 센터장은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이 상승하기엔 시기상조인데 이후의 기대감이 먼저 증시에 반영되면서 코스피 상승이 이뤄졌다”며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등 빌미가 나오면 증시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수출 비중이 큰 탓에 미국·유럽의 확진자 증가와 미·중 갈등 격화만으로도 증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향후의 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 센터장은 “코로나사태와 같이 큰 폭락장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스피지수가 1800선까지 떨어지는 데서 조정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후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