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시기 '저울질'
2020-06-01 11:07
미국은 물론 동남아 주변국 관계 악화 '우려'
중국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 선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남아시아 주변국은 물론 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민해방군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 ADIZ 선언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ADIZ 설정 계획을 2010년부터 준비해왔다면서 이를 언제 발표할지를 놓고 적당한 시기를 저울질 중이라고 전했다.
ADIZ는 해당국이 자국 영토·영공을 방어하려는 구역으로, 안보 목적을 내세워 영공에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설정하는 임의의 선을 뜻한다.
중국은 지난 2013년 11월 동중국해에서 ADIZ 선포했다. 여기엔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상공을 포함해 일본이 설정한 방공식별권과 겹쳐는 것은 물론 한국, 일본, 대만 등으로 둘러싸인 동중국해 상공 대부분이 포함돼 긴장이 고조됐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남중국해 ADIZ는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 프라타스군도(중국명 둥사군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해역엔 석유와 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고 전 세계 해운 항로의 본거지 역할을 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중국은 최근 이 지역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늘리는 등 군사활동을 빈번히 진행했다. 지난 4월엔 남중국해 도서에 추가 행정구역을 설치해 영유권 공세를 강화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남중국해 ADIZ 설정과 관련이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남중국해에서 ADIZ 선언을 하는 게 여러가지 기술적, 정치·외교적 문제로 쉽지 않아 중국이 주저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의 남중국해 ADIZ 선포로 미국과의 갈등은 물론, 동남아 주변국과의 관계도 악화해 역내 긴장감이 고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드류 톰슨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 수석 연구위원은 "만약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ADIZ를 선포한다면 동남아 주변국과의 관계가 심각히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동남아 대부분 국가들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개발, 군사활동 등 도발 행위 '묵인'해 왔는데, 만약 중국이 남중국해 ADIZ를 선언하면 이들은 미·중 양국 사이의 양자택일이 아닌, 중국과의 경제관계와 자국 주권 사이의 양자택일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