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용 D램 가격 주춤…안심 못하는 반도체 상승세

2020-06-01 05:47
비대면 특수에 D램값 5개월째 상승
최근 현물거래 가격 하락세로 돌아서
서버용 수요 감소땐 올 반도체 역성장

D램 가격의 상승세가 5개월째 이어지는 중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수요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특수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서버용 D램 가격은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전체 메모리 시장을 이끌었던 서버용 수요가 줄어들 경우 올해 반도체 시장의 역성장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1일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Gb D램 제품의 5월 고정거래 가격은 3.31달러를 기록했다. 4월에 비해 0.61% 오른 수치다.

◆고정거래가 다섯달째 오름세···마이크론도 매출 전망 상향

올해 D램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는 중이다. 2018년 말부터 매달 하락세를 기록하던 D램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 1월 1.07% 오르면서 13개월 만에 반등했다. 가격 상승률은 2월과 3월에도 각각 1.41%, 2.08%를, 4월는 11.09%를 기록했다. 특히 4월의 경우 3년여 만의 두자릿수 성장으로, 업황 반등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반도체 업황이 올해 들어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향이다. 사태 초기에는 스마트폰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D램 시장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동영상 스트리밍 등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오히려 서버 업체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실제로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올해 3~5월 매출 전망치를 46억~52억 달러에서 52억~54억 달러(약 6조7000억원)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역시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현물거래 가격 '뚝'···주춤하는 서버용 D램

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긴장을 풀기엔 시기상조"라는 시각을 지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최근 들어 현물거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현물거래 가격은 일반적으로 고정거래 가격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기준 D램 현물가격은 3.08달러로, 고점을 찍은 4월 3일(3.64달러)과 비교할 때 15.4% 감소했다. 고정거래 가격 또한 시차를 두고 평균거래 가격을 뒤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 특수'를 이끌고 있는 서버용 D램 가격도 심상치 않다. 5월 서버용 DDR4 32GB 고정거래 가격은 143.1달러로, 전월과 동일했다. 글로벌 정보통신(IT) 업체들이 데이터센터 증설을 보류하는 등 사업계획을 수정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은 올해 시설 투자 규모를 170억~190억 달러에서 140억~160억 달러로 낮춘 상황이다. 구글 역시 데이터센터 증설 규모의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를 대상으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 업체들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매출 중 화웨이의 비중은 10%대 초중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D램 생산능력 일부를 CMOS 이미지센서(CIS)용으로 전환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화성의 13라인을 D램 생산에서 CIS 생산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이천 M10 공장의 메모리 생산능력을 이미지센서로 전환하고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