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한국판 뉴딜과 건설투자
2020-05-31 13:53
한국판 뉴딜의 목적도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일 것이다. 건설투자는 오랫동안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건설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를 넘고, 건설산업 취업자 수는 200만명이 넘기 때문이다. 건설투자의 위축은 어김없이 경제성장률 저하와 실업률 증대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건설투자도 줄어들게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와 건설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계량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낙관적으로는 1.3%, 비관적으로는 –3.0%라고 가정할 경우, 건설투자는 낙관적으로 봐도 약 2조원, 비관적으로는 약 10조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 그 결과 취업자 수는 최소 2만명에서 최대 11만명 가량 줄어들 수 있다. 단순 노무종사자나 기능종사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더 크게 줄어든다. 반면에 SOC를 비롯한 건설투자는 다른 부문에 대한 투자보다 경제성장 효과가 더 크다. 산업별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더라도 건설업이 가장 크다. 이 같은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건설투자가 필요하다.
대개 경제위기가 오면 민간건축 경기부터 급격하게 위축된다. 급격한 건설투자 감소를 막기 위해 정부는 SOC 투자를 핵심으로 하는 공공건설투자 확대를 추진하게 된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9년 본예산에서 차지하는 SOC 예산 비중은 1997년보다 31.1%나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본예산에서 차지하는 SOC 예산 비중은 8.6%였고, 2010년에도 8.5%였다. 하지만 2020년 총예산(512.3조원)에서 차지하는 SOC 예산(23.2조원) 비중은 4.5%에 불과하다. 사스(SARS) 때인 2003년 1차 추경에서 차지하는 SOC 예산 비중은 33.3%였고, 메르스(MERS) 때인 2005년 추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2%였다. 이처럼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SOC 투자 확대는 단골 메뉴였던 셈이다.
하지만 한국판 뉴딜은 건설투자는 애써 외면하고, 디지털과 그린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SOC 디지털화'가 포함돼 있긴 하지만 노후 인프라를 대상으로 한다. 강조점은 '디지털화'에 있지 SOC에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디지털과 그린은 당연히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SOC를 비롯한 건설투자와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신규 SOC도 오늘날은 모두 디지털 SOC로 건설해야 하고 그린 SOC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판 뉴딜에서 건설투자를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한국판 뉴딜은 일관되게 장기적으로 추진하게 될 정책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한 대책이다. 그런데, 디지털 뉴딜이나 그린 뉴딜은 단기 대책보다는 중장기 정책에 가까운 영역이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의 최대수혜자는 온라인 기업과 디지털 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디지털 산업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아니더라도 민간투자가 중장기적으로 계속 몰리게 되어 있다. 또한 탈원전 정책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는 영역이 그린산업이다. 그린산업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정부의 재정지원이 강화되어 온 영역이다.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매출 감소와 경영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전통산업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었으면 한다. 대표적인 전통산업 중 하나가 건설산업이다. 경제성장이 위축되면 필연적으로 민간 건축투자를 중심으로 한 건설투자의 위축을 초래하게 되고, 실업률도 높아지게 된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지키기를 위해서는 한국판 뉴딜에도 건설투자 확대가 핵심적인 과제로 포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