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기금 출범' 쌍용차도 다음달 2000억 지원 요청...갈길 첩첩산중

2020-05-29 21:38

쌍용자동차가 다음달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에 2000억원 상당의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최종 자금 수혈까지는 순탄치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 쌍용차가 정상기업이 아닌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기안기금 지원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28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은 회장, 기금운용심의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안기금 출범식 및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선 기금 내규 및 기금운용방안, 40조원 규모의 기안기금채권 발행 한도에 대한 심의 기준이 논의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기간산업안정 1차 회의에서 나온 기금운용방안 기준 심사에 맞춰 다음달 기안기금 신청 자료를 산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쌍용차가 제출할 자료에는 자산매각, 제반 비용 축소, 모범적 노사관계, 해고자 복직과 고용안정 등 자구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은 2000억원 규모다.

최총 심의는 기안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서 다음달 결정된다. 기안기금운용심의위원회 위원은 국회 2인,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금융위, 대한상공회의소, 산은 회장이 추천하는 각 1인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심의위원회는 쌍용차의 경영난 정도와 투자금 지원시 회생 가능성, 차구책의 구체성 등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쌍용차가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부실해진 기업은 기안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대신 주채권은행 중심의 기업회생프로그램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쌍용차는 산은법 시행령에 기안기금 지원업종으로 명시된 업종(항공업·해운업)이 아니기 때문에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논의도 필요하다. 

특히 최근 쌍용차가 두산중공업과 함께 새로 신설된 기업구조조정 3실로 이관된 것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기안기금을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두산중공업과 묶이면서 쌍용차도 예외 조항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이미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2조4000억원을 지원받았고, 추가로 자금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기안기금에는 핵심기술 보호, 산업생태계 유지, 국민경제, 고용안정 및 국가안보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라면 업종과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은 금융위원장도 이날 출범식에서 "기안기금의 지원대상이 아니더라도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틀 안에서 기업의 실정에 맞는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금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고용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차 노사가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후 올해까지 11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협의를 이어가고 있어 고용안정 항목에서는 긍정적인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 오는 7월 만기되는 900억원의 차입금은 유예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입금 상환을 유예해주지 않으면 쌍용차는 당장 부도 위기에 놓이고, 부품 업계의 줄도산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쌍용차만 해도 고용 규모가 5000명을 넘는다. 산은이 지난해 200억원을 유예해준 방식과 같이 채권 만기 한 달 전에 상호협의를 통해 만기를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평택공장 용지 일대와 공동 담보로 묶어 3000억원 규모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는데 평택공장 가산가치가 차입금보다 높기 때문에 만기유예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사진 = 쌍용자동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