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소환에 '초긴장'…재계 "책임과 경영 분리해서 봐야"
2020-05-26 17:3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합병 의혹 등으로 약 3년 만에 검찰에 소환됐다. 재계는 코로나19로 닥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활발하게 현장경영을 펼치던 이 부회장의 부재가 미래 투자 지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불거진 각종 불법 의혹과 관련해서 조사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계 1위 기업 총수가 조사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 불확실성을 던져주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 특성상 총수가 빠지면 인수합병 등 대규모 투자는 지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13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서 차세대 배터리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재계 1위와 2위 그룹이 협업의 시그널을 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재계는 경영과 책임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서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 만큼 경영에는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최근 대규모 투자를 해외가 아닌 평택으로 결정했다"며 "총수가 없었다면 절대 결정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서 패러다임이 바뀌고, 시총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엄중한 시기"라며 "기업 총수를 매번 소환하고 조사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1년 6개월 동안 조사했던 만큼 이번에는 결판을 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차피 해결하고 가야 할 문제라면 이번 기회에 털어내야 한다"며 "매번 혐의에 조사만 받아서는 제대로 투자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 부회장의 귀가시간을 사전에 알리지 않을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8시부터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