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한명숙 사건' 자체 진상조사 나서나
2020-05-26 15:19
검찰의 증언조작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76)의 정치자금법위반 사건에 대해 법무부가 진상조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26일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후속조치 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관련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한 전 총리 사건은 과거 유죄가 확정된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됐던 한신건영 전 대표인 고(故) 한만호씨의 비망록이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정치권에서의 재조사 요구가 커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구체적인 정밀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처리방향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조사는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제의 비망록에서 한씨는 추가 기소에 대한 두려움과 사업 재기를 도와주겠다는 검찰의 약속 때문에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 돈을 건넸다고 거짓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한씨의 동료 수감자가 "검찰로부터 교육을 받고 증언을 했다"는 진술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급변하는 분위기다.
법무부가 진상조사에 착수하면 비망록에 대한 검증을 비롯해 한씨의 잦은 소환과 별건 압박 의혹, 재소자 회유 여부 등 검찰의 증언조작 의혹 전반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가 자체적인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방식이나 대검찰청을 통해 검찰 내부에서 먼저 진상조사를 하도록 특별지시를 내리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조사단에 외부 전문가를 포함시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논란이 되는 한 전 총리 사건 판결의 정당성에 조사의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규명하고 검찰개혁 측면에서 제도를 개선하는 쪽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전원합의체를 열어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5명의 대법관들은 반대의견을 통해 "검사가 한씨의 진술이 번복되지 않도록 부적절하게 애쓴 흔적이 역력한 사안"이라며 검찰의 강압수사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법무부의 재조사 대신 7월이면 출범하게 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어떤 형태가 됐든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검찰개혁의 명분을 확보하는 건 물론 재심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전날에는 수사 당시 한씨와 구치소에 함께 수감돼 있다가 한 전 총리 사건 재판 때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동료 수감자 2명을 검찰이 사전에 연습까지 시켜서 거짓 증언을 하게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비망록이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며 법원에서 거짓으로 판명됐다는 입장이다. 또 강압 수사는 없었고 동료 수감자들과 접촉한 건 한씨의 위증 경위를 밝히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