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방송하고 미래차 스터디'...확 달라진 현대차 노조

2020-05-28 07:02

‘강성 노조의 대명사’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완성차 판매량이 100만대 이하로 추락하면서 임금 대신 일감을 고민해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28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이달부터 전문 유튜브 채널인 '유니콘 TV'를 개설하고 활동을 시작한다. 또한 이달부터 노조 고용안정위원회 산하 '미래변화대응 TFT'를 통해 수소차,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급변하는 미래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직원 재교육도 실시하기로 했다. 일방적인 투쟁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8대 집행부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특히 '유튜브를 보며 자동차를 만든다'는 논란으로 뭇매를 맞았던 노조가 오히려 유튜브를 활용해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겠다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5일 노조는 첫 영상으로 '국내 최대 노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실체를 밝힌다. 악플 대기 중'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노조는 "8대 집행부 기조에 따라 소통과 공감 그리고 변화로 조합원을 비롯한 대중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노조 활동 영상이 노동과 투쟁 영상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던 반면, 유니콘TV는 전문 방송인을 통해 노조의 역할이나 사무실, 사내 식당 등을 유쾌하고 허물 없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노조는 매주 1편의 노동자 방송과 3편의 영상을 업로드 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할 계획이다. 특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노조의 부정적 편견을 깨는 영상을 공개해 8대 집행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명분과 여론'을 얻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1월 출범한 8대 노조의 '실리 중심' 노선 변경은 뚜렷하다. 지난해 8년 만의 임단협 무분규 합의를 도출한 노조는 8대 집행부 수장에 합리적 성향의 이상수 노조위원장을 앉혔다. 올해도 인력 전환 배치와 재교육 등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모범적인 노사 관계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달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과거 차가 날개 돋치듯 잘 팔릴 때는 투쟁을 통해 정확히 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세계적인 저성장 경제 구조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는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소통과 교육의 장도 마련한다. '미래변화대응 TFT'를 통해서 각종 현장 교육과 토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TFT는 내부 자문위원 7명과 정책연구위원 5명, 외부자문위원 7명으로 구성됐고, 소통을 강조하기 위해 노조는 지부 정책을 소통하고 여론 조사를 담당하는 현장여론조사위원도 둔다. 2025년이 되면 현대차 엔진·변속기·소재사업부 필요 인원이 20% 이상 줄어든다는 노조 자체 집계에 따른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및 자동차산업의 구조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임금 상승 투쟁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개별 직원들을 재교육해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한 현대차 노사는 지난 12일 1분기 노사협의회 상견례를 열었다. 노사는 1분기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한다. 노조는 다음 달 말까지 올해 임협 요구안을 확정하고 사측과 본교섭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임금보다 일감을 사수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특히 인기 수출 모델인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 신형 모델의 울산 공장 전담 생산을 요구 중이다. 투싼은 지난해 현대차의 주요 모델 글로벌 판매 비중(도매기준)에서 12.2%를 차지해 아반떼(12.5%)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팔린 모델이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된 여론 등을 고려해 노조가 강경 투쟁은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국내 생산 물량이 해외로 이전될 경우 일자리가 감소될 수 있어 임금보다 일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유튜브 유니콘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