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금융 글로벌 맞손에 업권 "기대 속 우려"

2020-05-26 12:27
新시장 개척 우위 선점… 현지 당국협상 유효할듯
코로나 글로벌 경기침체 속 해외사업 부실 대응必
키맨은 누가할지… 향후 중점 진출지역 선정 관건

김정태(왼쪽)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양 그룹 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양 그룹 공동제공]

[데일리동방] 국내 금융지주사 사상 최초로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맞손을 잡은 것을 두고 업권은 대체로 호평을 내렸다. 금융권을 대표하는 양 그룹 간 협업으로 해외부문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시점의 문제도 동시에 제기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 될 거란 전망 속에 해외사업의 확장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6일 업권에 따르면 당기순익 기준 금융지주사 1위 신한과 3위 하나금융은 전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해외 진출과 투자 부문에서 특정지역 쏠림 등 과다 경쟁을 지양하고 국외 네트워크 현지화 작업에 상호 협력하자는 게 이번 MOU의 골자다.

이에 따라 양 그룹은 사업 전반의 영업 기회를 함께 발굴·추진하고 신규 해외시장 공동 진출과 해외 네트워크 조성 등에도 협력할 뜻을 모았다.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는 금융권에서 예상치 못한 양 그룹의 협력 방침이 알려지자 업계는 우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포화상태의 국내 영업에서 해외사업으로 영업망을 넓혀가는 과정 속에 그룹 간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정부의 신남방 정책 기조에 맞춰 금융권의 해당 지역 진출이 늘고 있지만 동일한 시장 선점을 위한 과도한 경쟁 문제가 발생하자 기대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컨소시엄이 구성될 수 있고, 특히 각국의 규제와 관련해 당국과의 협상에 공동 대응한다면 기존보다 유효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요하는 분야에 양측 실무팀이 공동으로 붙는다면 혼자 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호 보완을 통하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없어질 게 자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양 그룹의 글로벌사업 협약이 코로나19라는 복병에 맞서 어떤 효과를 보일 지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전세계적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그룹의 해외사업 확장이나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자칫 사업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또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언제 가동될 지는 미정이지만 국내 취업자와 관련된 문제도 언급됐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비대면 인력이라도 늘려야 할 판에 국내 영업망을 줄이면서까지 해외로만 가는거라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며 "이 시국에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 보다 디지털 부문의 언택트(Untact) 인력을 확보하는 게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양 그룹이 공동으로 추진할 사업지 선정 역시 업권의 관심사다. 신한금융은 일본에, 하나금융은 중국시장에서 강점을 보이는 걸 고려할 때 어느 쪽이 키맨이 될 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시너지가 창출되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주도권 다툼의 소지도 다분하다는 의견도 따른다.

두 그룹측은 "큰 틀에 있어 합의가 이뤄진 것이고 아직 상세 사업계획이 수립된 건 아니"라며 "(이번 협약으로) 불확실한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