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재판 증언조작’ 의혹 보도…검찰, "사실 아냐..명백한 허위"

2020-05-26 13:20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 자금수수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증인 진술을 조작했다는 주장이 보도되자 검찰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수사팀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수사팀 명의의 입장문에서 검찰이 한 씨 동료 수감자의 진술을 조작하고 이들을 압박했다는 보도는 "객관적 사실관계에 배치되는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사건은 한신건영 고 한만호 대표가 세 차례에 걸쳐 9억원을 전달했다는 사건이다. 한 대표는 검찰수사에서는 '돈을 줬다'라고 진술했지만 막상 법정에서는 "돈을 준 적이 없다"라고 진술을 뒤집었다. 

이 때문에 1심에서는 한 전 총리에게 무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는 갑자기 한 대표의 동료 수감자 2명이 증인으로 나서면서 유죄로 재판결과가 다시 뒤집혔다. 이들은 법정에서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나에게 혜택이 없으니 진술을 번복해야겠다'고 고민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최근 당시 증언이 조작됐다고 보도했다. 마약사건 등에서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던 동료 수감자들에게 문제의 증언을 하도록 했다는 것. 심지어 미리 작성한 진술서를 수감자들이 손으로 베껴 쓰면서 내용을 외우게 하고 말을 맞추는 연습을 하는 등 증언을 학습시켰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검찰로부터 가짜 증언 교육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진술을 거부한 또다른 수감자 'H씨'의 주장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당시 H씨는 “법정에서 '양심선언'을 하겠다며 협조를 거부했고 법정 증언을 했던 수감자 2명과 달리 결국 법정에 나가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검찰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하지만 검찰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고 있다. 

검찰은 한 씨의 동료 재소자를 조사한 적은 있지만, 이는 '한씨가 진술 번복 이전부터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겠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풍문을 조사하기 위한 것을 뿐이으며 동료 수감자들과 접촉한 것은 한 씨의 위증 경위를 밝히기 위한 정당한 수사였다는 것이다.

검찰이 의도한 대로 진술까지 연습시켰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수감자 2명의 법정 증언은 자발적인 진술이었다는 주장이다.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진행한 A씨에 대해서는 "당시 진술이 과장되고 황당해서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판단해 증인 신청도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사기·횡령·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 이상의 확정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라며 "위와 같은 사람의 일방적인 진술을 보다 철저히 검증한 뒤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수감자의 아들과 조카를 수사하겠다며 진술 조작을 압박했다는 등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검찰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의혹제기가 잇따르면서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재조사는 불가피할 전명이다. 

특히 검찰이 A씨를 두고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라며 신빙성이 낮다고 폄훼하는 것을 두고 "당시 검찰이 내세운 증인 역시 마약사범과 사기범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상태였다"는 반박이 이어진다. 

검찰이 재수사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대상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당장은 한 전 총리 사건을 당장 재심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면서도 "수사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확정판결 등이 나오면 재심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