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폭행' 경비원 유가족, 가해자 주민 상대 손해배상 청구

2020-05-23 17:59

아파트 경비원을 상대로 수차례 '갑질 폭행'을 가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주민 심모(49)씨에 대해 유족 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3일 고(故) 최희석씨의 유족 측 법률대리인단은 최씨의 두 딸을 대신해 최근 서울북부지법에 A씨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23일 밝혔다.

유족 측은 최씨가 생전 A씨에게 당한 폭행과 상해 등의 치료비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5천만원을, 최씨의 사망으로 두 딸이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각 2천500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고인이 평소 극진하게 사랑하던 두 딸을 뒤로 하고 자살을 선택하게 된 것은 20여일에 걸친 A씨의 집요하고 악랄한 폭행, 상해, 괴롭힘으로 정상적 인식능력 등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경비원 최씨는 주민 심씨와 지난달 21일 주차 문제로 다툰 뒤 심씨에게 상해와 폭행, 협박 등을 당했다는 음성 유서를 음성파일로 남기고 이달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서에는 "경비가 맞아서 억울한 일 당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해달라"며 "힘없는 경비를 때리는 사람들을 꼭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것이 최씨의 유언이다.

최씨의 죽음이 알려진 뒤 경찰은 17일 가해자로 지목된 심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심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폭행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원은 22일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최씨에 대한 추모를 위해 꾸려진 '고(故)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은 최씨의 사망이 아파트 경비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족이 이달 28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유족 보상연금을 신청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