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실업대란 공포] ①"100만 실업자 쏟아진다...리먼쇼크는 약과"
2020-05-21 08:00
'일자리 천국'으로 통하던 일본이 코로나19 충격에 '실업 대란'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올해 1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일본 고용시장이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큰 피해를 입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업 대란은 가뜩이나 2개 분기 연속 경제 위축으로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을 공산이 크다.
일본에서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직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인용해 지난 14일까지 코로나19 영향으로 해고되거나 해고가 예정된 근로자가 7428명으로 집계됐다고 18일 보도했다. 4월 7일 아베 정부가 첫 비상사태를 선언하기 전만 해도 1677명에 불과했지만 한 달여 사이 4.4배로 증가한 것이다.
계약직 근로자들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냉각으로 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앞으로 실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관광·외식·숙박업 계약 근로자들의 불안은 더 크다. 도쿄 소재 호텔 프런트데스크에서 3개월 계약직으로 일하던 한 여성은 지난달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계약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3일 뒤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코로나19로 도산한 기업들 가운데에는 호텔과 여관 등 숙박 서비스업체가 가장 많았다. 지난주 데이코쿠데이터뱅크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도산한 일본 기업은 총 142곳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숙박업체가 53곳을 차지했다. 그 외 술집과 레스토랑, 의류 등 소매업체가 41곳, 도매업체가 20곳, 제조업체가 14곳 등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경제 전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한 고용 충격파를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 일본에서는 자영업자를 포함해 95만개 일자리가 사라졌고 실업률은 5.1%를 기록했었다.
다이와연구소의 다무라 무네히사 연구원은 "리먼브러더스 위기 때 벌어진 상황과 비교할 때 코로나19로 인한 비제조업 타격은 훨씬 심각하다. 당시엔 제조업에서의 실업 충격을 비제조업이 일부 흡수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다이와연구소는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이 6월 안에 진정될 경우 올해 실직자가 100만명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4%였던 실업률이 올해에는 3.8%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엔 300만개 이상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실업률은 6.7%까지 치솟을 것으로 봤다.
아베 정부는 기업들이 실업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급여 보조금 등 지원 대책을 내놓았지만 복잡하고 느린 절차로 인해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지원금 신청을 위해 약 10종의 서류가 필요한 데다 기업이 직원에 수당을 지급한 뒤 나중에 보전받는 방식이라 기업들 사이에서는 "거의 이용 불가한 수준"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