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美 기밀문서, '5·18 폭동' 주장의 근거?…"사실 아닌 고의적 왜곡"

2020-05-20 11:38
일부 유튜버 '美 국무부 기밀문서' 내용 왜곡한 '5·18' 가짜뉴스 주장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둘러싼 노골적인 왜곡과 허위 주장이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외교부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 기밀문서 내용을 왜곡한 ‘가짜뉴스’도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보수유튜브 채널은 미국 국무부 기밀문서를 앞세워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폭동은 아주 프로페세널(전문적)하게 기획됐다”며 “이번에 기밀해제된 5·18 미국 문서를 보니 지금 알려진 것과는 완전히 다르더라”라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 외교부에 제공한 43건(약 140쪽 분량)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외교문건 중 일부. 정부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미 정부의 기밀문서가 필요하다는 5·18 관련 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작년 11월 미 국무부에 자료를 요청했고, 이 자료는 15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공개됐다.[사진=외교부 제공]


① 보수 유튜버가 주장한 美 국무부 기밀문서 내용은?

지만원TV, 가로세로연구소 등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종자와 북한 간첩 세력들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미국 국무부 기밀문서를 내밀었다.

이들은 1980년 6월 3일 주한미국대사가 본국에 보낸 문서에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표현하고, 북한 공산당 요원과 김대중 추종자가 부추겼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또 민주화운동 기간 중 시민들이 인민재판을 벌이고, 실제 처형된 기록이 있다고 했다. 또 1980년 5월 22일 자 문건을 앞세워 시민들이 먼저 무장을 하고 헬기에도 직접 발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영상 캡처]


② 유튜버 주장, 美 기밀문서 실제 내용과 비교해보니

외교부는 최근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와 계엄사령관이 1980년 5월 18일 당일 미국 대사 면담 당시 발언 등이 담긴 미국 국무부 기밀문서 43건을 공개했다.

유튜버들은 이 문서에 “(5·18) 폭동은 전문적으로 선동되었다”라고 적혀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장한 문구가 문서에 포함된 것은 맞다. 그러나 해당 문구의 출처 설명은 없었다.

기밀문서에 따르면 해당 문구는 1980년 5월 31일 계엄사령부(MLC)가 작성된 보고서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유튜버들이 문구의 출처가 계엄사령부라는 언급하지 않고 왜곡된 사실을 전달한 것이다.

시민들의 인민재판 주장도 문건의 내용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1980년 5월 25일 작성된 ‘한국 상황보고 제7호’에는 당시 광주의 상황을 전하며 “인민재판소가 설치됐고 몇몇 처형이 이뤄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다음날인 5월 26일에 작성된 문서에는 미국 국무장관이 제네바대표부에 “반란 세력이 인민재판소를 설치해 처형을 자행했다는 앞선 보고는 완전하게 확인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내용은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 적혀있었다.

유튜버들이 ‘시민 무장’을 주장하며 내세운 1980년 5월 22일 자 문건에는 미국 대사관이 전날(21일)에 한국의 뉴스 방송에 나온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정리한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당시 도청 앞 계엄군의 집단 발포 이후에 시민들이 무장하기 시작한 배경에 대한 설명은 빠졌다. 당시 신군부가 광주 관련 언론 보도를 통제했기 때문이다.

결국, 유튜버들의 주장은 신군부가 여론을 조작해 공개한 내용을 사실관계 확인 없이 고의로 왜곡해 전달했다는 결론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