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변신은 무죄]③ 택배에 세차·車매매·발레파킹까지…‘부업’ 키운다

2020-05-20 08:00

주유소는 전통적으로 사통팔달의 입지를 앞세워 운전자들을 유인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앱을 통해 한 푼이라도 더 값이 싼 주유소를 찾는 ‘알뜰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마저도 경쟁력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2010년 이후 매년 100곳이 넘는 주유소가 폐업하면서 업계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정유업계는 휘발유·경유를 채우는 본업 외에 유휴공간을 활용한 택배·물품보관·차량 공유·매매 서비스까지 ‘부업’ 키우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물류스타트업 '줌마'와 손잡고, 2018년부터 주유소를 거점화 해 '홈픽'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줌마 제공]


일단 일선 주유소의 최대 강점인 좋은 입지를 활용한 대표 서비스가 택배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물류스타트업 ‘줌마’와 손잡고 지난 2018년 9월부터 일부 주유소에서 ‘홈픽(Homepick)’ 서비스를 하고 있다.

홈픽은 언제 어디서든 1시간 이내 택배기사를 불러 물건을 운송하는 택배 서비스로 전국 420여개 주유소가 거점이다. 이 사업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픽의 일일 평균 주문건수는 서비스 시작 4개월인 지난해 1월 기준 1만여건에서 그해 7월 3만건으로, 6개월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홈픽 관계자는 “전국 곳곳에 포진한 주유소를 고객 접근성 높은 물류거점으로 재해석, 이를 활용해 택배사업자와 개인고객 등을 위한 모델을 만든 덕분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이커머스 기업 쿠팡과 주유소를 로켓배송의 물류거점으로 활용하는 MOU를 맺었다. 보다 빠른 새벽배송, 익일배송를 위해 도심 내 물류기지로 주유소만한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부지를 로켓배송 물품을 임시 보관하는 공간으로 제공, 추가 임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개인창고 서비스 ‘셀프 스토리지’로 활용하는 등 주유소의 남는 공간 활용에 힘쓰고 있다. 이제는 현대오일뱅크가 모두 인수한 SK네트웍스의 일부 주유소에서는 ‘셀프 빨래방’을 갖추고 1~2인 가구 수요를 유인해왔다.

 

SK에너지가 지난 14일 차량관리 업체 6개사(셀세모, 갓차, 루페스, 마지막삼십분, 세차왕, 오토스테이)와 손잡고 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사진=SK에너지 제공]


SK에너지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돈 되는 모빌리티(Mobility) 서비스를 모두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4일 SK에너지는 세차·발레파킹 등 차량관리 전문 서비스 업체 6개사(셀세모, 갓차, 루페스, 마지막삼십분, 세차왕, 오토스테이)와 제휴를 맺었다.

SK에너지는 제휴 협약사들과 함께 ‘차량관리 통합서비스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우선 손세차, 출장세차, 셀프세차, 발렛파킹 등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향후 신차 중개, 주차, 전기차 충전 등 관련 분야로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SK에너지는 고객가치 혁신을 위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통해 모빌리티 고객에게 최적의 편의성을 제공할 것” 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고객가치를 계속 혁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