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中 수입과일 소비 급감... 사라진 '체리자유'

2020-05-19 17:44
경제 위축에 수입과일 수요 '뚝'... 칠레산 포도 도매가 급락
도매상 시름 깊어져... 중국 토종과일 소비도 감소

중국 광저우의 장난 농산물 도매시장은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수입과일 도매의 중심지다.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과일의 80%가 이곳을 거쳐갈 정도다. 최근 10년 사이 중국의 과일 수입 규모가 6배 이상 늘어나면서 시장 도매상들은 늘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최근 장난시장 상인들이 휴대전화로 게임을 할 만큼 한가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인의 과일 수요가 급감하면서, 주문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선 ‘체리자유’가 사라졌다. 체리자유란 비교적 비싼 수입 과일에 속하는 체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단 의미다. 중국의 중산층이 그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 유행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서 중산층조차 지갑을 닫았다.

실제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린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월급이 삭감됐다. 린씨는 “요즘 내 머릿속에는 소비를 줄이고 부동산 담보대출을 갚기 위해 돈을 저축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그나마 난 월급이 삭감됐지만, 아예 직장을 잃은 친구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분간은 여유가 없어 체리, 포도 등 수입 과일을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요즘엔 국산 사과나 배를 먹고 있다”고 부연했다.

장난 농산물 도매시장 수입상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주문이 줄면서 과일 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난시장의 과일 수입상 리샤오창씨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8㎏에 180위안(약 3만1000원)이었던 칠레산 포도 도매가가 80~100위안까지 떨어졌다. 리씨는 “수입 업체들은 칠레산 포도 한 컨테이너에 최대 80만 위안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집트산 오렌지 가격도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0위안(15㎏ 기준)이나 떨어졌다. 수입 과일의 ‘왕’이라 불리며 고가를 자랑하는 체리는 수요가 더 줄었다고 리씨는 설명했다.

가격이 떨어지는데도 매출은 오르지 않고 있다. 오렌지 판매상 왕씨는 “수입된 오렌지는 주로 호텔, 식당, 주점 등에서 판매되는데, 중국 서비스업이 위축된 만큼 주문도 줄어든 것 같다”며 “가격이 크게 떨어졌지만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적다”고 말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과일과 견과류 등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0.5%나 감소했다.

수입 과일뿐 아니라 국내산 과일 수요도 줄었다. 장난시장의 한 수박 판매상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분의1밖에 안 된다”며 “우한 산지에서 500g당 2.8위안(480원)에 수박을 사왔는데, 지금 2.3~2.4위안에 팔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산 과일 5종의 지난 한주 평균 도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1.7% 내렸다.
 

[사진=시나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