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4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를 재개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3차례 받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부회장은 중국을 방문해서 삼성의 미래 사업을 점검했다. 재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해외시장을 직접 챙기며 미래 전략을 가다듬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과 협력관계 재확인...반도체, 배터리 추가 투자 가능성도

이 부회장은 지난 17일 중국으로 출국해서 산시성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을 살폈고, 18일에는 현지 법인에서 코로나19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이어 같은날 오후에는 후퍼이 산시성 위원회 서기와 류궈중 성장 등을 만나서 면담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후 서기를 만난 자리에서 “삼성의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협력 영역을 넓히고 교류를 늘려서 산시성이 새로운 시대를 맞을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후 서기도 코로나19 사태에 방역물자 등을 지원해준 삼성에 감사하며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후 서기는 “앞으로 우정을 증진시키고 삼성과의 협력을 심화해 나갈 것이며, 산시성에서 삼성의 프로젝트를 전면적으로 지지하고 보장할 것”이라며 “플래시 메모리칩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쌍방의 공동 발전과 상호 이익을 증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후 서기와 만나서 산시성에 운영하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의 추가 투자 논의 등도 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위기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서 후발주자와 격차를 더 벌리는 삼성 특유의 '초격차 경영'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중국 법인 방문에서는 2공장 증설 현장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코로나19에도 신속통로 활용해 초스피드 귀국

이 부회장은 19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서 2박3일 출장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중국과 한국 외교당국이 합의한 기업인 '신속 통로' 절차를 통해 간단한 절차만 거치고 입국했다.

신속통로는 지난 1일 삼성과 외교부 등이 중국 당국과 긴밀하게 협의를 하면서 만들어졌다. 이에 우리 기업인은 중국 정부 초청장을 발급받고, 출국 전에 코로나19 음성 판정확인서를 제출하면 14일 격리 없이 바로 활동할 수 있다. 앞서 지난 10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직원과 협력사 직원 215명은 신속통로를 활용해서 중국 톈진으로 출국했다.

기업인들이 경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만든 신속통로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등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부회장의 글로벌 현장 경영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출국 전, 중국 현지, 출국 후 김포공항 등에서 3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이날 입국 후에는 경기도 김포시 마리나베이 호텔 해외입국자 임시생활시설에서 몇 시간 동안 머무른 후에 음성 판정이 나오면 귀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