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Dump Korea'를 잡아라 … 정부 대응 失機 안돼
2024-11-14 17:17
코스피가 13일, 나흘째 급락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2.64% 내린 2,417.08로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23년 11월 13일(2,403.76) 이래 최저 수준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970조 6천억 원으로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2,000조 원으로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코스닥지수은 2.94% 하락하여 700선이 깨져 689.65를 기록했다. 원 달러 환율도 1,406.6원으로 1400원대까지 올랐다.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오른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 이후 2년만의 일이다. 그야말로 Dump Korea 사태라고 할만한 폭풍전야를 연상시키는 비상사태로 판단된다. 14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고 하지만, 너무 안일한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작금의 상황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에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 트럼프 당선자 쪽에서 한국 경제에 대하여 콕 찍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직 없다. 반도체 관련 IRA법의 개정, 관세 상향 조정 가능성 등이 우려되고 있고, 대중 무역 규제를 강화시킬 것이라는 것 정도이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엔화와 유로화가 가치가 급락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 증권시장은 우리나라와 만큼 요동치고 있지는 않다. 이같이 우리나라만 유독 더 혼란스런 것은 무엇 때문일까?
KDI는 지난 12일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2024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2.5%에서 2.2%로 낮추어 잡았다. 2025년도 경제전망도 당초 2.1%에서 2.0%로 내렸다. 금년도는 내수 회복 지연이, 내년도에는 수출 증가세 완만화가 성장에 대한 기대를 낮게 잡은 주요 근거로 들었다. 한국은행 총재도 국정감사에서 금년 성장률이 2.2~2.3% 정도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러한 한국 경제 성장 전망치에 하향 조정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2%대 성장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에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우리 경제가 불황 국면에 접어든다는 전망은 아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은 중장기적으로 하향 추세에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경제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증권시장만 요동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의문이 드는 것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액이 80조 9,002억원, 영업이익이 10조 7,717억원으로 글로벌 IT기업의 위용은 아직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 67조 4,047억원, 영업이익 2조 4,335억원과 비교하면 2023년 반도체 침체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주가는 미래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의 내년도 실적 전망에서 불확실성이 있기는 하지만, 투매할 정도는 아니라 판단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핸드폰 가전 부문을 두루 갖춘 글로벌 유일 IT기업이고, 반도체부문 내에서도 D램 낸드플래시 파운드리 등 거의 전 분야에서 1, 2위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하고 있다. 삼성이 가지고 있는 부문간 전후방 확장성은 다가오는 AI 시대의 가장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특정분야 기술개발 부진으로 버틀 넥에 걸려 있지만, 이것이 제거되는 순간 강한 회복탄력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반응은 너무 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펀드멘탈은 문제가 없는 만큼 증권시장의 단기적인 불안, 즉, Dump Korea 분위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상황에서는 시장에서는 시장에만 맡겨놓아서는 안 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냥 통상적인 대책으로는 시장을 달래기 어렵고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주식투자에 장해 요인으로 지목되어 온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이에 반대해 왔던 야당도 폐지방침을 밝힌 만큼 이를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미국의 연방 준비위원회가 최근 금리를 0.25%p 추가 인하한 만큼 우리나라도 동일한 정도의 금리 인하를 통해서 내수와 증시를 동시에 부양해야 한다.
한편, 현재 투매의 시발점이 된 삼성전자의 위기는 기업 스스로가 극복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재용 회장의 지고 있는 사법 리스크는 국민이 벗겨주어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 이재용 회장을 상당 기간 감방에 손과 발을 묶어 둔 것이 현재의 삼성전자 위기에 원인을 제공한 측면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규제개혁 등 정부가 추진 증인 주요 개혁과제에 속도를 내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잠재 성장력을 높이는 힘이 될 것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