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주저앉은 한국 증시 … 정부 시장 개입 때 놓치면 안된다

2024-11-14 17:17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지난주 코스피는 2400선으로 주저앉았다. 15일 장중에는 한때 지수 2400선이 붕괴됐다, '트럼프' 리스크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 주식 비중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 랠리를 펼치기도 했다.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오른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 이후 2년 만이다. 그야말로 'Dump Korea' 사태라고 할 만한 폭풍전야를 연상시키는 비상사태로 판단된다. 
 
작금의 상황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에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 트럼프 당선자 쪽에서 한국 경제에 대하여 콕 찍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직 없다. 반도체 관련 IRA법 개정, 관세 상향 조정 가능성 등이 우려되고 있고, 대중 무역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것 정도이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엔화와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 증권시장은 우리나라 만큼 요동치고 있지는 않다. 이같이 우리나라만 유독 더 혼란스러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KDI는 지난 12일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2024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2.5%에서 2.2%로 낮추어 잡았다. 2025년 경제전망도 당초 2.1%에서 2.0%로 내렸다. 금년도는 내수 회복 지연이, 내년도에는 수출 증가세 완만화가 성장에 대한 기대를 낮게 잡은 주요 근거로 들었다. 한국은행 총재도 국정감사에서 금년 성장률이 2.2~2.3% 정도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러한 한국 경제 성장 전망치에 하향 조정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2%대 성장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며 우리 경제가 불황 국면에 접어든다는 전망은 아니다. 한국 경제 펀더멘털은 중장기적으로 하향 추세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경제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증권시장만 요동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증권시장에서 국내외 유동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는 중심에는 한국 경제의 주축 기업인 삼성전자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 대선 직후인 7∼13일 코스피에서 1조1247억원을 순매도했는데 동 기간에 삼성전자 순매도가 1조8204억원이었다. 그동안 외국인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는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를 유지했으나 이제 피로감이 극에 달하는 양상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대마저 붕괴될 조짐이다. 삼성전자가 HBM3는 SK하이닉스에 선수를 뺏기고, 파운드리는 TSMC에 뒤처지면서 반도체 글로벌 1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주가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의문이 드는 것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액이 80조9002억원, 영업이익이 10조7717억원으로 글로벌 IT기업의 위용은 아직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 67조4047억원, 영업이익 2조4335억원과 비교하면 2023년 반도체 침체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주가는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내년도 실적 전망에서 불확실성이 있기는 하지만 투매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휴대폰, 가전 부문을 두루 갖춘 글로벌 유일 IT기업이고, 반도체부문 내에서도 D램 낸드플래시 파운드리 등 거의 전 분야에서 1~2위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삼성이 가지고 있는 부문 간 전후방 확장성은 다가오는 AI 시대에 가장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특정 분야 기술 개발 부진으로 보틀 넥에 걸려 있지만, 이것이 제거되는 순간 강한 회복탄력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반응은 너무 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펀드멘털은 문제 없는 만큼 증권시장의 단기적인 불안, 즉, 'Dump Korea' 분위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상황에서는 시장에서는 시장에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냥 통상적인 대책으로는 시장을 달래기 어렵고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주식 투자에 장애 요인으로 지목되어 온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이에 반대해 왔던 야당도 폐지 방침을 밝힌 만큼 이를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한 만큼 우리나라도 동일한 정도의 금리 인하를 통해서 내수와 증시를 동시에 부양해야 한다.
 
8월 말 기준으로 적립기금 1140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서 선회해서 국내 투자 폭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민연금이 엄청난 규모의 국내 자금을 거두어들여서 이를 해외 투자에 집중하면 국내 자금시장은 점점 더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기존에 투자된 국내 주식의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해외 자금 유출로 치솟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도 국민연금 기금이 Buy Korea의 선봉에 서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선언만으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말 이상으로 증시 회복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투자 근거가 부실한 이런저런 코인에 몰리고 있는 돈은 투자라기보다 투기에 가까운 만큼 정부가 나서 그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해야 한다.
 
한편 현재 투매의 시발점이 된 삼성전자의 위기는 기업 스스로가 극복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재용 회장이 지고 있는 사법 리스크는 국민이 벗겨주어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 이재용 회장을 상당 기간 감방에 손과 발을 묶어 둔 것이 현재의 삼성전자 위기에 원인을 제공한 측면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규제개혁 등 정부가 추진 증인 주요 개혁과제에 속도를 내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잠재 성장력을 높이는 힘이 될 것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