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수출 괜찮다고 수수방관할 때 아니다

2024-10-14 15:06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금융통화위원회가 마침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해 1월 이후 3,5%로 고정되었던 금리가 0.25%p 낮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위가 지난달 '빅컷'(0.50%p 금리인하)을 단행하고, 우리나라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1.6% 상승하는 데 그쳐,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된 것은 연초 예상보다 경제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2분기의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2%를 나타냈고, 3분기 역시 0%대 성장률이 예상된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라고 할 수 있는 수출은 지난해 침체상태에서 벗어났다. 9월 수출은 전년보다 7.5% 증가한 587억7000만 달러, 수입은 2.2% 늘어난 521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여, 무역수지는 66억6000만 달러 흑자를 보였다. 반도체가 전년 동월 대비 37.1% 늘어났고, 컴퓨터 (132.0%), 무선통신기 (19.0%)가 크게 증가했고, 자동차 선박 바이오헬스 등의 수출이 개선되었다. 지역적으로 대 중국 수출이 6.3% 늘어났고, 미국 시장도 양호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수출은 양호하지만 내수 위축이 성장률을 지체시키고 있다. 통계청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증가하였으나, 설비투자는 운송장비(-15.4%)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1.0%) 등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5.4% 감소했다. 건설기성도 토목(2.4%)은 늘었으나 건축(-2.4%)이 부진하여 전월 대비 1.2% 감소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7%), 승용차 등 내구재(1.2%) 가 플러스를 보여 소매판매는 1.7% 증가했으나 이른 추석 특수를 제외하면 소비가 회복세에 들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기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대비 0.1p 하락,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대비 0.1p 하락하여, 현재도 미래에도 적 신호등이 켜졌다.

OECD는 9월 주요 20개국을 대상으로 한 경제 전망에서 2024년 한국의 성장률을 지난 5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춘 2.5%로 조정했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가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견조한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나, 설비투자·서비스업 중심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 차가 존재함을 인정한다. 내수가 진작되지 않으면 2024년의 경제성장률은 연초 목표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 증가의 낙수효과로 내수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다가 낭패를 보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2025년에는 올해의 수출 증가를 이끌었던 반도체가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큰 변수이다. 미국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0월 11일 5335.9로, 지난 7월 5775.2 대비 떨어졌다. 반도체 주가를 리딩하여 왔던 엔비디아의 주가가 상반기의 폭발적 성장에서 이탈하여 불안한 등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가 무너지면 내년에는 수출도 시원치 않을 수 있다. 국가적으로 보아도 미국 경제가 급격한 침체 상태에 빠지지는 않더라고 성장률 둔화를 예고하는 지표가 늘고 있다. 중국 경제 역시 최근 금리 인하로 다소 반등 기미는 있으나 5% 내외의 성장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본도 엔화가 강세로 전환되면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이같이 대외 경제 여건이 어두운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만 독야청청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올해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회복되지 않은 것은 수출 산업과 내수 산업 간의 연관성 축소와 고물가에 기인한다. 수출이 내수를 유발하려면 수출에 필요한 중간재에 대한 국내 생산과 투자가 증가해야 하는데 이 연결 고리가 약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받치고 있는 기업들이 국내 투자보다는 미국 등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국내 생산 기반을 허약하게 만들고 있다. 수출 관련 부문에서 늘어난 소득이 고 물가로 인하여 국내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해외 소비와 여행 등으로 유출되는 상황이 여행수지 적자 통계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증가되는 외국인 근로자는 생산 유발에 기여하고 있으나 소비 유발에는 그만큼 도움이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부가 유출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더욱이 국내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미국 등 해외 주식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즉, 글로벌화가 국민경제의 내적 집약도를 약화시켜, 한국 경제는 ‘속 빈 강정’ 꼴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따라서 수출 중심의 경제 체계를 견지하면서도 내수를 강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수출이 국제적 분업구조라면 내수는 국내적 분업구조이다. 국내 생산 기반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의 생산요소 가격이 지금처럼 높아져서는 안 된다. 임금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앞서가서야 국내 사업자가 타산을 맞출 도리가 없다. 국내 물가가 해외 물가보다 높으면 해외 상품 소비와 여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치솟았던 각종 물가가 여전히 고공 행진을 하고 있어 단순히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다는 것이 물가 안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가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럽 국가와 같이 고물가 국가가 되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다.
 
정부가 나서서 유류세를 인하하고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건강보험료 등 각종의 사회보험료 인상을 제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시장과 가격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심각한 경기침체로 격심한 가격 조정이 발생하면 경제의 회복 탄력성을 강제로 높일 수 있으나 이는 국민의 극심한 고통을 요구하므로 이를 사전 차단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저효율·고비용 국가에서 고효율·저비용 국가로 연착륙시키기 위한 국가 차원의 경제정책이 절실하다. 현재로서는 고금리에서 저금리로의 조속한 전환이 정부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경제정책 수단이다. 0.25%p의 금리 인하에 이어 연내에 추가적으로 0.25%p 이상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강력한 규제 개혁을 통해서 사업하고 일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수출이 괜찮다고 수수방관할 때가 아니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