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현 세제실장 "소주·위스키 종량세 도입 전환 어렵다"

2020-05-19 16:00
"종량세 도입 시 소주 세율 올리거나, 위스키 세율 낮춰야"
"위스키 세율 소주만큼 낮추는 것 국익 차원에서 바람하지 않아"

소주와 위스키 종량세 도입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소주와 위스키가 똑같은 증류주로 분류되지만 위스키 도수가 소주보다 2배 넘게 높다. 과세 형평을 맞추려면 소주 세율을 대폭 높이거나 위스키 세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서민의 술로 대표되는 소주 세율을 높이자니 국민 정서에 반하게 되고, 위스키 세율을 낮추자니 국익에 반해 어느 쪽도 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주류 규제 개선 방안' 브리핑에서 "주류 개편은 정책 판단의 문제"라며 "소주와 위스키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기 어려운 이유는 명확하다"고 밝혔다.

세금 부과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종가세와 종량세로 구분된다. 종가세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이는 공평 과세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반면 종량세는 수량(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종량세는 세액의 산정이 쉬워 행정 능률이 높다.

이를 술에 적용하면 종가세는 술의 출고 가격이나 수입 신고 가격이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된다. 종량세의 경우 술의 용량이나 알코올 도수가 과세표준이다.

과거 소주는 36%, 위스키는 150%의 세율을 각각 적용했다. 이 같은 세율 차이가 내외산 주류의 차별로 결론이 나면서 정부는 소주와 위스키에 동일하게 72%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주와 위스키가 다른 종류의 술이라고 생각하지만 국제 기준상 둘 다 증류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종량세를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대략 17도이고 위스키는 40도 정도인데 소주와 위스키의 용량이 같다고 하면 소주의 세율을 대폭 올리거나 위스키 세율을 대폭 내리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위스키 세율을 소주만큼 낮추는 것이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소주와 위스키는 이런 이유로 종량세로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맥주뿐 아니라 소주·위스키 등 다른 주종에 종량세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어려워졌음을 시사한다.

소주·위스키와 달리 맥주는 지난해 6월부터 종량세가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주류세 개편안을 통해 맥주·탁주에 적용하던 종가세를 종량세로 바꿨다. 

종가세로 개편된 후 캔 맥주에 부과되는 주세는 리터(ℓ)당 830.3원으로 종전 대비 291원 저렴해졌다. 여기에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캔맥주에 붙는 세금은 415원 낮아졌다. 반면 병맥주는 ℓ당 23원, 페트병은 39원 올랐다.

이는 1968년 이후 52년 만의 변화다. 지난 1949년 조세법 제정 당시 종량세였다가 1968년 주류 소비를 억제하고 세수를 늘리기 위해 종가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맥주에 종량세를 적용하며 종량세와 종가세를 병행하게 됐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0개국이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호주·터키가 우리나라처럼 종량세와 종가세를 병행하고 있다. 종가세만 적용하는 나라는 멕시코와 칠레뿐이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