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음식보다 비싸면 배달 안된다...'한국판 기네스' 맥주 시동

2020-05-19 16:00
음주 목적의 배달 불가능...신제품 출시 기간 30일→15일
맥주에 질소가스 함유 허용..."다양한 맥주 레시피 도입 영향"

올해 7월부터 '치맥'을 할 때 맥주 가격이 음식 가격을 넘으면 배달이 불가능해진다. 치킨이 2만원이라면 생맥주는 2만원 내에서만 배달된다는 뜻이다. 또 국내에서 기네스 맥주처럼 부드러운 거품을 가진 질소 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19일 이런 내용이 담긴 '주류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주류 배달을 이용한 '홈술'과 '혼술'이 늘고, 다양한 맛의 주류를 즐기려는 수요를 반영했다.   

최근 국내 주류 시장은 정체된 반면 수입은 늘고 있다. 2014~2018년 국내 주류시장 연평균 성장률(출고량 기준)은 -0.5%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출고량 증감률 역시 국산은 -2.5%지만, 수입 주류는 24.4%의 증가율을 보였다.

정부는 주류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민 편의 제고를 위해 앞서 주류 과세 체계를 개편한 데 이어 이번에 제조·유통·판매 등 주류산업 전반의 규제 개선을 통해 주류 산업 성장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주류 배달 기준이 명확해졌다. 현재 음식점의 주류 배달은 '음식에 부수해 주류를 배달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부수'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컸다.

일반 음식점에서 전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주문을 받아 직접 조리한 음식과 함께 배달하는 주류의 가격이 음식 가격보다 낮을 때만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배달 음식 가격보다 술 가격이 비싸면 안 된다는 얘기다.

치킨 1마리에 생맥주 500cc 페트병 20병과 같은 과한 주문은 불가능하다. 또 수제생맥주나 와인 배달처럼 술이 주가 되고 부수적으로 치즈나 땅콩, 마른안주 등을 팔 수 없다.

이번에 주류 첨가 재료에 질소가스가 포함됐다. 해외에서 질소가스가 함유된 맥주 제조가 확대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현재 질소가스는 맥주 첨가 재료에서 제외됐다.
 
식품위생법상 질소와 산소, 탄산가스는 주류에 사용 가능한 충전제로 분류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질소가스가 맥주 첨가 재료에서 제외됐던 것은 시장 요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양순필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최근 다양한 수제 맥주가 생기면서 해외 제조법이 도입됐다"며 "이로 인해 질소가스를 새로 넣어야 한다는 수요가 생겨서 이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맥주에 질소가스가 들어가면 거품이 크림처럼 쫀득쫀득해지는 효과가 있다. 아일랜드의 기네스 맥주가 대표적인 질소 맥주다.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연구소에서 맥주에 질소가스가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연구한 결과 맛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호에 따라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상 술'도 자주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제조 방법 승인과 주질 감정 단계를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했지만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주류 신제품 출시 소요 기간이 기존 30일에서 15일로 줄어든다.
 
현재 △유흥음식점용 △가정용 △대형매장용으로 구분된 소주·맥주는 △유흥음식점용 △가정용으로 재편된다. 가정용(슈퍼·편의점·주류백화점 등)과 대형매장용(대형마트) 모두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동일 제품이므로 용도별로 표시할 필요성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분류 체계가 바뀌면 재고 관리에 따른 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주류 제조 면허는 주류 제조장별로 발급되기 때문에 주류를 다른 제조장에서 생산하는 방식의 위탁 제조는 불가능하다. 앞으로 다른 제조업체의 제조 시설을 이용한 주류의 위탁제조(OEM)가 허용된다. 위탁제조가 가능해지면 생맥주를 제조·판매하는 수제 맥주 업체가 다른 제조업체에 캔맥주 형태로 제조·판매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제조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원가를 절감하고 해외 생산 물량의 국내 전환, 시설 투자 부담 완화, 신속한 제품 출시 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주류 규제개선방안'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순필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신고만으로 알코올 도수를 바꾸거나 원료 배합 비율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주류 제조자가 승인받은 주류 제조 방법을 변경·추가하려면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안전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경미한 제조법 변경·추가는 신고로 간소화했다.

주류 제조 시설에서 생산 가능한 무알코올 음료나 술지게미 같은 부산물을 제조·판매하려면 별도의 생산 시설을 설치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주류 제조장에서 일괄 생산이 허용된다.

이 밖에 맥주·탁주에 대한 주류 가격 신고 의무를 폐지하고, 납세증명표지 표시 의무 사항 중 상표명과 규격을 주류제조자명으로 간소화한다. 주류제조자·수입업자가 물류업체(택배) 차량을 이용해 도·소매업자에게 주류를 운반할 때 반드시 붙여야 하는 ‘주류 운반 차량 검인 스티커' 부착 의무도 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