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코로나 패권 다툼" WHO 총회서 美-中 격돌 예고

2020-05-18 14:09
코로나19 사태 후 첫 총회...문재인 대통령 기조연설 나서
'중국 책임론' 요구 거세...미·중 무역전쟁 재점화 가능성도

우리 시간 18일 오후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세계 패권'을 놓고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총회에서 중국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을 것으로 보인다.

WH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번 세계보건총회(WHA)에는 194개 회원국과 옵서버 등이 참여해 WHO의 정책과 예산 등을 심의·승인한다. 매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화상회의로 개최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첫 번째로 열리는 WHO 회의에서 중국은 가장 민감한 두 가지 문제를 도전받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 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와 대만의 WHO 참여 여부를 지목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책임론' 美-中 격돌에 긴장감 고조

올해 총회의 핵심 주제는 단연 코로나19다. 미국 등 서방국가가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놓고 맹공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격돌이 향후 미·중 무역갈등을 재점화할 수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그간 서방국가들은 코로나19의 발원지와 중국이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은폐하거나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고의로 늦게 발표했는지 등에 대한 국제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유럽연합(EU)과 호주가 코로나19 국제조사를 추진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EU 외교수장인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지난달 "코로나19 기원을 독립적이고 과학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도 있다"는 거친 발언까지 내놓으며 연일 중국 책임론을 키우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사태 초기 투명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공개했다면 전 세계로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코로나19가 중국 후베이성의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를 두고 양국의 대립은 무역 관세와 금융시장을 넘어 통신·반도체 등 기술 분야로까지 확대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WHO 회원국들이 중국 정부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WHO는 내규에 따라 자체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분쟁의 처리를 ICJ에 넘길 수 있다. 다만, 아직 WHO가 특정 국가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 선례는 없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제법 전문가인 아툴 알렉산더는 "설령 국제사법재판소 제소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재판 결과를 집행할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가 중국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거부권을 지닌 중국은 재판 결과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관 15명은 국제연합(UN)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선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사진=로이터·연합뉴스]


◇뜨거운 감자 '대만 참석'...기조연설하는 문 대통령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대만의 WHO 재참여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WHO 회원국 자격을 얻지 못했다. 친중국 성향의 마잉주 총통 집권 당시인 2009~2016년까지는 옵서버 자격으로 총회에 참석해왔지만, 반중 성향이 강한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후에는 중국의 반대로 옵서버 자격마저도 상실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 대만은 '모범 방역국'으로 부상하며 WHO 재참여를 모색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편들기'로 일관한다는 비난을 받는 WHO도 중국의 눈치를 보며 이를 논의하길 꺼린다. WHO의 한 관계자는 대만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들리지 않는다면서 황급히 연결을 끊기도 했다.

천젠런 대만 부총통은 "전문성과 중립성을 존중해야 하는 WHO 사무국이 중국에 굴복했다"며 "중국의 정치적 압력으로 WHO 총회 참석이 어렵게 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출처=유튜브/포모사뉴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WHA 개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5~7분 분량의 녹화 영상을 통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전 세계와 공유한다. 개방성·투명성·민주성의 3대 원칙 아래 적극적인 확진자 추적과 선제적인 방역조치, 국민들의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협조로 코로나19 상황을 관리해온 경험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달 6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기조발언을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의 WHO 기조연설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004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18일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