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의 모든 것] ②국토위·산자위·법사위 '알짜' 상임위…왜?

2020-05-18 08:00
민생 현안 다루는 국토위·산자위…표심 얻기 유리
'상원' 불리는 법사위…법안 '게이트키핑' 가능

국회 상임위원회는 국회의 고유 권한인 입법권과 대(對)정부 견제의 실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국회의 꽃'이라 불린다.

국회 내 설치된 18개 상임위 중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배정받기를 희망하는 '알짜' 상임위는 따로 있다. 대표적으로 국토교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그리고 법제사법위원회가 있다.


◆국토위·산자위…지역구 현안 챙기기 좋아 인기

국토위와 산자위는 의원들의 지역구 현안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표심을 얻기 유리하기 때문에 의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달 8일 제21대 총선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희망 상임위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후보 201명 중 99명, 미래통합당 후보 128명 중 70명이 국토위를 선택했다.

국토위는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과 관련된 사항을 다룬다. 국토위에 소속되면 의원이 지역구의 부동산·교통 관련 현안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표심을 얻기 유리하다. 국토위가 '알짜' 상임위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토위는 주택·토지·건설·수자원 등의 국토 분야와 철도·도로·항공·물류 등의 교통 분야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기능을 담당하는 상임위다.

국토위 소관 기관에는 △국토교통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새만금개발청 △인천국제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이 있다.

아울러 산자위는 소상공인 지원과 일자리·산업 정책을 다루기에 국토위와 마찬가지로 '알짜 상임위'로 통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201명의 후보 중 74명, 통합당 128명의 후보 중 40명이 산자위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산자위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소관에 속하는 사항을 담당하는 상임위다.

산자위 소관 기관 중 정부기관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이 있고, 공기업으로는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있다.

아울러 20개의 준정부기관과 19개의 기타 공공기관까지 산자위 소관 기관에 포함돼 있어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업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는 상임위로 이해할 수 있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와 박덕흠 미래통합당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본회의 前 최종 관문 법사위…법안 '게이트 키핑'

법사위는 국토위나 산자위와 비교해 법사위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지 않은 상임위지만 법사위가 가진 막강한 권한과 정치적 역할을 놓고 볼 때 '알짜' 상임위로 볼 수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201명의 후보 중 20명, 통합당 128명의 후보 중 22명이 법사위를 선택했다.

우선 법사위는 법률과 사법부를 담당하는 상임위다. 국회 입법 절차에서 법안·국회 규칙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을 담당한다.

법사위의 소관 기관으로 △법무부 △법제처 △감사원 △대검찰청 △헌법재판소 △대법원 △군사법원이 있다.

법사위가 '알짜'로 불리는 이유는 법안을 '게이트키핑'을 하는 상임위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상임위에서 심사를 마친 법률안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 거쳐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국회법 86조 1항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쳤을 때는 법사위에 회부해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법사위가 법률안의 형식적인 심사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심사를 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법사위는 국회의 '상원'으로 비유되며 비판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법사위의 권한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법사위의 반대로 본회의 상정에 난항을 겪은 대표적인 사례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있다. 법안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피해 입증 부담을 경감하고, 사업자에게 추가 분담금을 징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을 놓고 지난 1월 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피해 입증 요건을 지나치게 풀어줘 사업자에게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처리가 보류됐다.

이후 피해자 단체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하게 반발했고, 2개월이 지난 3월 4일에서야 법사위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미래통합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