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용돈' 전락한 연금…개혁 불씨 되살린다

2020-05-18 06:00
연금 고갈에 공감하면서도 개혁엔 눈치 보는 차일피일 미뤄져
국회 "우선순위일지 의문"…정부 "연금개혁 물꼬 기대"

도입 초기 '꿈의 연금'에서 이젠 '용돈 연금'으로 전락한 국민연금이 다시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적립금 고갈 우려 속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연금개혁의 끈을 고쳐맸으나 그동안 국회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여당의 압승으로 힘이 더 실린 21대 국회와 정부가 개혁 속도를 다시 낼지 관심이다.

◆ "고갈 앞둔 국민연금, 개혁 서두를 때 됐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때 월급의 3%만 내면, 60세부터 자신이 받던 평균 월급의 70%를 받기로 한 제도였다. 그러나 이후 5년마다 3%포인트씩 올라 1998년부터는 월급의 9%를 내고 있다. 지급률도 하락해 현재 평균 월급의 40%밖에 받지 못한다.

지난해 국회 예산처가 내놓은 '노인 인구 증가와 국민연금 부담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2.9%에서 2060년 27.3%로 내려앉는다. 대신 수급자는 2019년 9.4%에서 2060년 37.8%로 치솟는다. 

정부와 국회 예산처가 내다본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시점은 각각 2057년, 2054년이다. 머지않은 미래다.
 

국민연금 장기재정 추계 결과[연합뉴스]



국민연금연구원도 저부담·고급여 상황에서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악화가 겹쳐 2042년부터는 국민연금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우려한다. 연구원은 현재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 연금제도를 지속하려면 보험료율(부과방식 비용률)은 장기적으로 30%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2018년 8월 도출한 국민연금 4차 재정 추계는 실제 수급 규모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전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연금 적립금 추이를 살펴본 만큼 오차가 클 것으로 추정한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당시 국민연금에 대한 4차 재정 추계는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이를 통한 연금 논의도 난센스"라며 "이해당사자, 고갈 문제, 주식시장에 편입된 연금 자산 문제 등 복합적인 사안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국회 논의 '안갯속'...사회복지 전반 점검 계기

어쨌든 공은 21대 국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국민연금 개편 합의에 실패했다. 기존 정부의 4개 안을, ①더 내고 더 받기 ②현행 유지 ③더 내고 그대로 받기 등 3가지로 줄이는 데 그쳤다. 당시 노동계(한국노총)와 청년·여성·은퇴자단체 대표 등 다수 위원이 소득 대체율을 45%로 높이고,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0년에 걸쳐 12%로 3%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에 손을 들어줬다. '더 내고 더 받기' 안이 다수였다.

그러나 당시 야당은 단일 안을 가져오라고 요구하면서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국회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연합뉴스]



21대 국회가 시작되더라도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속도가 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재정 건전성이 많이 악화하든 등 문제가 생겨야 하는데,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이 74조원가량이어서 건전성 논란은 조금 수그러든 상태"라며 "(고갈 문제는 여전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당장 국민연금 개혁이 우선 논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황과 2022년 대선 등으로 국회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내국인 인구 추계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건강보험, 각종 연금까지 포함해 빈곤층 등 취약계층 전반에 걸친 사회복지 정책을 재점검해 볼 수 있는 추계여서 어떤 식으로든 연금 개혁의 물꼬가 터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급자에 관한 정밀한 인구 추계가 나오면, 답보상태인 연금 개혁에 물꼬를 터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다른 기타 연금 통합이나 사회 복지 시스템 제도 개선 등이 모두 분리된 것이 아니어서 이참에 복지 정책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