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퇴직자 평균 생활비 월 252만원…생활고 걱정에 '부담 가중'
2020-05-11 10:04
50세 이상 퇴직자들은 생활비로 월 평균 252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대다수는 줄어든 소득에 맞춰 허리띠를 졸라맸다. 퇴직자 중 절반은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했고, 일을 못하면 1년 내에 형편이 어려워질 거라는 근심을 안고 있었다. 또 직장을 그만둘 당시, 상당한 심적 후유증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발간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자들의 월 평균 생활비는 252만원이며, 3명 중 2명은 생활비를 28.7% 줄였다.
이들이 생각하는 적정 생활비는 월 400만원 수준이다 하나금융 측은 “(퇴직자들 사이에) 생활비 2~300만원은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하며 먹고 사는 정도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 상당한 거리감이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는 원활한 생활을 위해 또 다른 경제활동을 택했다. 퇴직자 중 절반(55.1%)은 재취업(37.2%)이나 창업(18.9%)을 했다. 미취업자 중에서도 65%는 재취업을 준비 중인 걸로 집계됐다. 배우자도 절반 이상(58.6%)은 일을 하는 걸로 조사됐다. 이때 경제활동 수입은 평균 393만7000원이다.
그럼에도 생활비에 대한 불안은 상존했다. 퇴직자 중 36.4%는 “일을 그만두면 당장 또는 1년 이내에 형편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걱정을 안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을 그만둘 당시에도, 퇴직자 중 65%는 심적인 후유증을 겪었다. 이같은 현상은 남성 퇴직자들 사이에 더욱 두드러졌으며, 55세 이전 조기퇴직 한 남성일수록 큰 후유증에 시달렸다. 하나금융 측은 “가장으로서 압박감’이 작용한 걸로 보인다”며 “배우자와 관계가 좋을수록 후유증을 덜 겪었다”고 말했다.
여가활동에는 하루 평균 2.6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출액은 평균 월 14만원이다. 평소 건강관리 위한 운동과 1년 2~3번 여행이 주를 이뤘다, 퇴직자 대부분(60.8%)은 여가가 종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다고 답했다. 여가를 즐기기에 돈이 부족하거나(47.9%), 일하느라 시간이 부족(31.3%)하다는 이유에서다.
퇴직자 중 54.2%는 노후대비를 위해 평균 월 110만원을 저축했다. 그럼에도 노후준비는 끝내지 못한 숙제다. 최대 걱정은 ‘앞으로 늘어날 의료비(71.7%)’와 ‘노후자금 부족(62.0%)’이다. 여기에 ‘자녀의 결혼비용(56.2%)’도 더해진다.
스스로 노후자금이 충분하다고 평가한 ‘금(金)퇴족’은 전체 중 8.2%를 차지했다. 이들은 연금에 일찍 가입해 노후준비 완성시기를 앞당긴 특징을 보였다. 금퇴족의 연금 가입률은 30대 초반에 이미 28.0%를 보였으며, 40대부터는 46.3%가 연금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했다.
투자금융자산 활용 폭도 컸다. 금퇴족 4명 중 1명(26.8%)은 25세 이전부터 주식·펀드·파생상품 등으로 노후자금을 운용한 경험이 있는 걸로 조사됐다. 30대 후반부터는 절반 정도(47.6%)가 투자금융상품을 활용했다. 정보 수집 채널도 다양했다. △금융회사 자산관리 설명회 △친구·지인 △투자정보 도서 △인터넷 등을 주로 활용한 걸로 전해졌다.
내 집 마련 시점도 빨랐다. 금퇴족 중 92.7%는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고, 절반 가까이(46.0%)가 35세가 되기 전에 첫 주택을 마련했다. 부동산 활용 비중 역시 높았다. 금퇴족의 72,0%가 주택 외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다. 유형별로는 주택(47.6%), 토지(25.6%), 상가(13.4%), 오피스텔(12.2%) 순이다.
하나금융 측은 “금퇴족은 경제활동을 포함해 금융자산, 임대소득 등 생활비 원천이 다양했다”며 “일찍부터 노후자금을 성공적으로 운용해 소득원의 분산을 이룬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서울 수도권(경기) 및 5대 광역시 거주자로, 생애 주된 직장에서 물러났으며 국민연금 수급 이전인 50대 이상 퇴직자 1000명를 대상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