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반도체 업체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두 번째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15일 중국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에 따르면 TSMC가 이날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해 5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면서 2024년 양산을 목표로 2021년에 착공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규 공장에서 매달 2만 개의 웨이퍼를 생산할 계획이라면서 16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SMC는 "미국의 투자환경, 숙련된 노동력, 관련 투자 정책 등 요인 때문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며 "미국 내 선두 기업들이 자국에서 최첨단 반도체 제품을 제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 정부 및 애리조나주와 강력한 동반자 관계를 맺기를 환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TSMC의 미국 공장 설립 논의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시아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급속히 진전됐다고 매일경제신문이 전했다. 이에 따라 TSMC는 미국에 워싱턴주에 이어 두 번째 생산기지를 갖게 된다.

미국에선 코로나19로 세계 공급망이 언제든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 자국 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기술의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을 확대하는 등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TSMC의 미국 공장 건설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며  "그의 재선 가도와 공화당이 미국 상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공장 신설 관련 비용에 미국 정부가 얼마나 지원할지는 미지수다. WSJ은 미국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외국 기업에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 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54.1%의 점유율을 기록,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삼성전자(15.9%)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7.7%)가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