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세청, 론스타 주장 '과세 피해액' 공개하라"

2020-05-14 15:52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하며 주장한 과세 피해액이 얼마인지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론스타는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절차 지연과 부당한 과세로 피해를 봤다며 2012년 ISD를 제기하고 46억7천950만 달러(약 5조원)를 청구했다.

정부는 이 금액을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적기에 성사시켰다고 가정했을 때의 매각대금에서 실제 이익을 빼고 세금과 이자를 더한 금액'이라고만 설명하고, 각 항목별로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민변은 론스타가 요구하는 5조원의 계산 근거를 밝혀야 한다며 국세청에 세액과 이를 청구한 신청인들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가 거부당하자 행정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론스타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국세청 부과 세금의 총합계 자체는 정보보호가 필요한 과세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ISD를 신청한 론스타 측 당사자들의 명단을 공개해달라는 요구도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였다. '과세 총 합계액과 신청인들의 명단'을 공개하더라도 비공개 정보 대상인 개별 과세 내용 등은 알 수 없다는 취지다.

한편, 론스타가 제기한 ISD는 2016년 6월까지 네 차례 심리기일을 마친 뒤 판정 선고를 기다려왔지만 최근 의장중재인이 사임하면서 선고 지연이 또다시 불가피해진 상태다.

[사진=이범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