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코로나19에도 건재…中 '반도체 굴기' SMIC 실적 급등

2020-05-14 15:03
1분기 매출 35.5%↑, 순익 422.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수급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中芯國際·SMIC)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올렸다.

중국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에 따르면 SMIC는 13일 홍콩거래소 장 마감 후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전년 동기 대비 35.3%, 직전 분기보다 7.8% 증가한 9억500만 달러의 매출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는 분기별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시장 전망치도 훨씬 웃돌았다. 앞서 광파증권은 보고서에서 1분기 SMIC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출이 전 분기와 비슷하거나 3%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광파증권이 실적 발표 전에 상향 조정했는데, 그보다 몇배 오른 것이다.  

다만 같은 기간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22.8% 급증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27.7% 감소한 6416만4000달러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8나노(nm) 제조 공정 매출 비중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 SMIC 28나노 매출은 웨이퍼 총 매출의 6.5%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배 증가한 것이다. 14나노 매출은 웨이퍼 총 매출의 1.3%를 기록했다.
 

중신궈지(中芯國際·SMIC). [사진=웨이보 캡처]

웨이퍼 생산량 증가가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분기 SMIC의 8인치 웨이퍼 생산량은 140만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1% 늘어났다. SMIC가 최근 중국 기업들과 웨이퍼 공급 계약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인구 14억명의 광대한 내수 시장 수혜를 톡톡히 본 것이다.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도 SMIC 가파른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실제로 SMIC는 올해부터 화웨이의 기린 710A를 생산하기로 했다. 애초 기린 710시리즈는 대만 TSMC의 12나노 공정으로 양산됐는데, 이번 기린 710A는 100% 중국 본토 기업의 손길을 거친 14나노 공정 반도체다. 기린 710A는 팹리스(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서 설계하고 생산은 SMIC가 맡았다.

이밖에 SMIC는 화웨이 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국내 기업과 협력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SMIC는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올해 자본 지출 예산을 11억 달러에서 43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자본금은 상하이 300㎜ 웨이퍼 생산 공장의 로봇과 설비를 늘리고, 공정 전환 과정에서 기술 성숙도를 빠르게 향상시키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SMIC는 지난달 30일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 전용증시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추가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MIC는 추가 상장으로 234억 위안(약 4조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해 14~7나노 공정 기반 제품을 올해 말에 선보인다고 밝히는 등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가 한층 단단해지는 모습이다.

이날 실적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자 홍콩 증시에서 SMIC 주가는 장중 10% 급등, 시가총액은 장중 한때 1000억 홍콩달러(약 16조원)를 돌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