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위안부합의 논란' 재가열에 "피해자 의견 수렴 부족했다"

2020-05-12 18:22
위안부 피해자 "윤미향, '日 10억엔 출연' 미리 알아"
윤미향 당선인 측 "외교부로부터 일방통보 받았다"

위안부 피해자와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간 진실공방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 논란이 5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이 국고에서 10억엔을 출연한다'는 사실을 윤 당선인이 사전에 외교부로부터 통보받고도 피해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폭로하면서다.

이 가운데 당시 합의를 이끌었던 외교부가 피해자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점을 재차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2015년 합의 당시에 윤미향 대표가 합의금액을 포함해 합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는 물음에 "2017년도에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검토 결과 보고서가 발간이 됐다"고 답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3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3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대변인은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그런 구절도 있다. 보고서를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 또한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고서 내용에) '돈의 액수에 관해서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정의연이) 2015년 한·일 합의 때 10억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외교통상부(외교부)도 죄가 있다"면서 "피해자들한테도 알려야지. 내가 알았으면 돌려보냈을 텐데"라고 주장했다.

이에 위안부 합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을 지냈던 조태용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 또한 10일 입장문을 내고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윤미향 당선인에게 사전 설명을 했다'는 외교부 입장을 분명히 들은 바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은 합의 전날 외교부로부터 합의 내용 일부를 통지받은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책임통감, 사죄·반성, 일본 정부 국고 거출 등 합의 내용 일부가 있었고 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 비판자제, 소녀상 철거(정확한 합의상 표현은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 등 민감한 내용은 빠져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꾸려진 한·일 위안부 합의 조사 태스크포스(TF)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외교부가 2015년 한 해간 위안부 피해자 측과 15회 이상 접촉했다는 내용과 위안부 합의 내용 중 한국 정부가 취할 조치에 대해 피해자 측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교부가 피해자 측에 합의 내용을 사전 설명하면서 일본으로부터 얻어낸 부분은 알려주고 우리 정부가 일본 측 요구를 수용한 부분은 명확히 전달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