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수출액 16년 전으로 후퇴 위기…월 200억달러도 붕괴 조짐(종합)

2020-05-11 16:23
관세청, 5월 1~10일 수출 반 토막 전년 대비 46%↓…일평균 30.2%↓
반도체 -17.8%·무선통신기기 -35.9%·석유제품 -75.6%·승용차 -80.4%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반 토막 났다. 월간 수출 기준으로 200억 달러도 못할 가능성이 커져 16년 전 수준으로 후퇴하는 양상이다.

11일 관세청이 발표한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액은 6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6% 이상 줄었다. 수입 역시 같은 기간 대비 37.2% 감소해 수출·입 모두 급감했다.

이번 수출·입 실적은 비록 열흘간의 집계치에 불과해 앞으로 5월 전체 전망치를 장담할 순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 여파가 적어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최근 10년간 월간 수출액 최저치가 400억달러 선을 지킨 것과 비교하자면 이번 달은 그 절반도 위태해진 셈이다.

올해 3월까지는 코로나 여파에도 월 수출액 467억 달러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4월 369억 달러에 머문 데 이어 이달 10일까지의 수출액을 월 전체로 환산하면 약 210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이미 3월 수출액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1일부터 10일까지의 조업일수는 지난해 6.5일보다 1.5일 적은 5일이다. 조업일수 차이를 반영한 1일 평균 수출액 감소율은 30.2%로 조사됐다.

주요 수출 품목을 보면 반도체(-17.8%), 무선통신기기(-35.9%), 석유제품(-75.6%), 승용차(-80.4%) 등 모두 부진했다. 수출 상대국별로도 중국(-29.4%), 미국(-54.8%), EU(-50.6%), 베트남(-52.2%), 일본(-48.4%), 중동(-27.3%) 등 주요 시장에서 모두 위축됐다. 선박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하며 홀로 선전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9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전년 동기 대비로는 37.2%(56억5000만 달러) 감소한 수치다. 수입 품목 가운데 반도체(-18.6%), 원유(-73.8%), 기계류(-19.9%), 정밀기기(-20.1%) 등의 수입액이 줄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는 오히려 수입액이 69.7% 늘었다. 국가별로는 중국(-23.6%), EU(-7.6%), 미국(-49.8%), 중동(-72.4%), 일본(-24.7%), 베트남(-13.9%) 등으로부터의 수입이 줄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약 26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의 적자액 24억3000만 달러보다 2억 달러 늘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9억5000만 달러 적자를 내며 99개월 만에 흑자 행진을 멈췄다. 이번 달 초까지 집계된 적자 폭을 고려하면 무역수지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4월 이후 수출 감소폭이 더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5월의 수출입 감소 누적액이 커짐에 따라 연간 감소폭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5월 10일까지의 수출액 누계는 173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5% 줄었다. 감소한 수출 금액은 204억8000만 달러다. 수입도 같은 기간 169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금액으로는 145억 달러가 줄었다.

5월 전체 수출액이 10일까지 집계된 규모와 비슷하게 누적된다면 월간 수출 실적은 약 16년 전으로 후퇴하게 된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2004년 4월 월간 수출액이 21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월간 200억 달러 후반대의 수출액을 잠시 기록했지만 2007년부터 월간 수출액은 300억 달러를 대부분 넘겼다.

 

5월(1일∼10일) 수출입실적(통관기준 잠정치) 단위 백만달러[사진=관세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