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익명검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검사에 응해 지역 내 감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과 관련해 "이날 오전 10시까지 전국에서 85명이 확진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시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 감염과 관련된 확진자는 서울에서 51명, 경기 20명, 인천 7명, 충북 5명, 부산 1명, 제주 1명 등으로 나타났다. 클럽 방문자와 그 가족·지인 등을 합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현재까지 이태원 클럽 방문자와 접촉자 등 3077명이 검사를 받았으며, 이 중 1049명의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박 시장은 "지금 이태원 클럽 관련해 확보한 명단 총 5517명 중에서 2405명은 통화가 됐으나, 3112명은 불통상태"라며 "이는 일부러 전화를 피하거나, 허위로 기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4월 24일부터 5월 6일 사이,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거나, 인근에 계셨던 분들은 무조건 빨리 검사를 받으셔야 한다"며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과 이웃, 나아가서 전체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나와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검사 대상자들은 신분노출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본인이 원한다면 이름을 비워둔 채 '용산 01'과 같이 보건소별 번호를 부여할 것이며, 전화번호만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사는 무료다.

그는 또 "한편으로는 기지국 접속자 명단을 한시바삐 확보하겠다"며 "이미 (경찰과 통신업체에) 요청을 해놨고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협조를 얻어 빨리 얻겠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다섯 개의 클럽과 그 인근에 왔던 사람들에 대한 접속자 명단을 한시바삐 구할 것이고 경찰청, 통신사에서는 사안이 긴급한 만큼 빨리 협조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에게는 즉각 '검사 이행 명령'이 내려졌다.

박 시장은 "서울시로서는 이태원클럽 관련한 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검사를 받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강제적 조치도 병행해서 취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만약 이태원 클럽에 다녀갔는데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 나중에 밝혀지면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합금지 명령 대상인 유흥업소에 속하지 않는 일종의 유사 유흥업소에도 이날 '7대 방역수칙 준수 명령'이 내려졌다.

박 시장은 "유사 유흥업소는 음식이나 술과 함께 춤을 추는 행태가 이뤄지는 이른바 '헌팅포차' 등을 의미한다"며 "7대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해당업소에 즉시 집합금지 명령을 내릴 것이고 모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또 "풍선효과가 빈번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감염 위험이 자발적으로 지켜지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강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집단 감염이 번졌던 PC방, 노래방, 콜센터 등도 철저하게 7대 방역수칙을 지켜주기 바란다"며 "감염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이곳들까지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죄송하고 힘든 결정이 아닐수 없다"며 "코로나19가 번졌던 어둡고 긴 터널을 다시 지나는 심정으로 내린 조치인 만큼 앞으로 2~3일간은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시민들이 특별히 방역주체로서 생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시장은 이태원 사태가 아직 예전 신천지교 사태만큼의 의도적 공익 침해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그는 "신천지 집단은 조직적인 은폐 시도를 했고 서울시에 허위나 부실한 정보를 제공해서 구상권을 청구한 바 있다"며 "(이태원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자발적 협력을 구하고 있다. 이 시간 이후 의도적, 고의적으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구상권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